[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미래ㆍ한국은 NO! KB는 YES?'
KDB대우증권 노동조합이 대형 증권사 간 인수ㆍ합병(M&A)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미래에셋증권 및 한국투자증권 등 대형사와 합병이 이뤄질 경우 중복되는 점포나 인력이 적지 않아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대우증권 노조는 그간 공식적인 인수 입장을 내놓지 않았던 한국투자금융지주가 대우증권 인수를 위한 투자설명서(IM)를 받아간 사실이 알려지자 한국투자증권 노조와 연대해 양사 간 합병 반대 성명서를 27일 발표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 같은 노조의 행보에 대해 매각 과정에서 유리한 조건을 얻어내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노조 입맛에 맞는 인수 후보자를 선택하기 위해 유력 후보자들을 견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우증권 노조는 종업원 지주회사를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재무적 투자자(FI)를 찾지는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에셋이나 한국투자 등의 대형 증권사로 넘어가는 것은 노조 입장에선 달갑지 않다.
반면 대우증권 노조는 KB금융지주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은 KB투자증권과 합병할 경우 중복되는 부분이 적어 인력 조정 위험도 크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합병 이후 대우증권이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KB금융지주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다.
그러나 KB금융지주로 인수된다고 해서 인력 구조조정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힘들다. 과거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이 합병할 때도 총 60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앞서 대우증권은 지난 6월 2년 만에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예상보다 2배가 넘는 100여명이 신청하며 희망퇴직이 성황을 이루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희망퇴직은 직원들이 먼저 요청한 것이었다. 조건만 좋다면 자발적으로 옷을 벗으려는 직원들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기업 인수ㆍ합병(M&A)에서 인력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내부 합의를 통해 합리적인 규모와 방안을 찾는 게 관건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업계 발전 측면에서는 규모의 경제를 강화할 수 있는 대형사 간 합병이 더 유리할 수도 있다"며 "조건만 좋다면 희망퇴직하려는 수요도 있는 만큼 무조건적인 대형사 간 합병 반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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