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자 회동' 대변인 배석 거부…모두발언도 비공개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원내대표의 22일 5자 회동은 대변인 배석 여부 등 형식을 두고 막판까지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국민들에게 최대한 알려야 한다"며 대변인 배석을 요구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심도 있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위해 배석자 없이 회동을 진행하자고 맞섰다.
결국 새정치연합이 배석자 없이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만 회동에 참석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면서 결렬은 피하게 됐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청와대가) 밀실회담 하듯이 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또 "회동 결정 당시 합의됐던 모두발언 공개 여부도 다 끝난 얘기였는데 다시 이 시간에 와서 다시 꺼냈다"고 비판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청와대가 최대한 비공개로 회동을 진행하려는 이유를 지난 3월 박 대통령과 김무성·문재인 대표의 3자 회동에서 찾는다. 당시 문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그 동안 대통령께서 민생을 살리기 위해 노심초사하셨지만 정부의 경제정책은 국민의 삶을 해결하는데 실패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이런 식으로는 경제를 살릴 수 없다"며 "경제정책을 대전환해서 이제 소득주도 성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경제민주화와 복지공약은 파기됐고 오히려 재벌과 수출대기업 중심의 낡은 성장정책이 이어졌다"며 "그 결과 중산층이 무너지고 양극화가 극심해졌다""고 질타했다. 또 "세수부족을 서민증세로 메우려 하거나 가난한 월급쟁이들의 유리지갑을 털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여권 뿐 아니라 야권에서도 문 대표의 강경 발언에 적지않게 놀랐다.
과거 영수회담에서 야당 대표는 늘 "얻는 게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지만, 문 대표가 모두발언에서 야권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내부 결집 효과를 봤다는 분석이 나왔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비공개 전환 이후 박 대통령이 문 대표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고는 하지만 국민들은 모른다"면서 "야권 지지자들에겐 문 대표가 박 대통령 앞에서 거침없이 쏟아내던 발언들이 기억에 남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두고 여야가 대치하는 상황에서 문 대표가 박정희 전 대통령 등의 '친일'을 수차례 거론했던 점도 청와대는 부담이 됐다는 것이다. 또 다른 야권 관계자는 "방미 성과 홍보와 함께 정기국회에서 각종 법안 처리 협조를 당부하기 위해 박 대통령이 5자 회동을 제안했지만, 오히려 야권 결집과 역효과를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 청와대가 비공개를 고집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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