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관제오류로 1000여명의 승객들이 탄 항공기가 공중충돌할 뻔 했음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항공 관제업무의 중요성과 항공교통 관제사들의 업무 강도가 새삼 부각되고 있다.
20일 국토교통부와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항공교통 관제사들은 국토부 산하 서울·부산·제주지방항공청과 항공교통센터에 소속돼 근무하는 공무원이다. 서울항공청의 경우 서울접근관제소·인천관제탑·김포관제탑·항공교통센터 등에서 근무하고, 부산항공청은 김해관제탑·김해접근관제소, 제주항공청은 제주관제탑·제주접근관제소 등에서 항공기를 관제한다.
항공교통 관제사는 공항에서의 항공기 이착륙 통제업무인 '비행장 관제업무(Tower)', 상승 후 안전고도까지 유도하는 '접근관제업무(Approach)', 항로에 있는 항공기들과 교신하며 통제하는 '지역관제업무 (Area control)' 등을 담당한다.
문제는 매년 여객기 운항과 항공 운송량이 크게 늘어나도 관제사는 늘지않고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데 있다.
인천관제탑(TWR)의 경우 2012년 관제량은 25만9535대(1일 709대), 관제사는 34.8명이었으나 이듬해인 2013년 관제량은 27만6659대(1일 758대)로 늘었지만 관제사는 34.3명으로 줄었다. 2014년은 29만5568대(1일 810대)에 관제사 31.9명, 올해는 8월까지만 벌써 20만3729대(1일 838대)를 관제했고 인원은 31.0명으로 줄었다. 최근 3년8개월간 관제량은 23.4% 증가했지만 관제사 수는 10.9%가 감소한 것이다.
공항으로 안전하게 접근시키거나 이륙 후 안전항로로 안내하는 역할을 하는 서울접근관제소(APP)의 경우도 비슷하다. 관제량은 2012년 43만2151대(1일 1181대)에서 2014년 48만2509대(1일 1322대)로 늘었지만 같은 기간 관제사는 51.9명에서 47.2명으로 감소했다. 올해 8월까지 32만6875대(1일 1345대)를 관제했지만 관제사는 45.4명에 불과하다. 관제량은 2012년보다 15.6% 늘었지만 관제사는 12.5% 줄었다.
전국에서 관제량이 가장 많은 곳이 서울APP다. 현재 45명의 관제사가 24시간 5팀3교대로 일하면서 지난 9월까지 32만6875대를 관제했는데 9개월 동안 1인당 7264대를 관제한 것이다. 두번째 많은 곳은 인천TWR인데 31명의 관제사가 24시간 5팀3교대로 일하면서 같은 기간 20만3729대를 관제, 1인당 6572대를 이착륙 시켰다.
김포TWR도 업무강도는 높다. 16명이 17시간 3팀2교대로 근무하면서 9월까지 11만3373대, 1인당 7086대를 관제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관제인력 부족으로 보충근무 시간이 늘어나면서 관제사들의 업무부담과 피로도는 가중되고 있다. 주간근무 시간이 추가로 늘어나고 야간근무도 월 1회 이상 늘어났다.
더구나 서울접근관제소장과 인천관제탑장 등 일부 관제시설은 관리자가 공석이어서 업무대행이나 부재상태로 운영 중이지만 아직 충원이 되지 않고 있다. 또 육아휴직과 유학 등으로 결원이 계속 생기고 있지만 국토부와 행정자치부는 필요한 정원을 늘리는데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항공교통 관제사는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는 항공교통 관제사로서의 자긍심도 있었고 사명감도 컸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직업적 자긍심이 바닥에 떨어졌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번 ACAS RA 기동 후 담당 관제사는 쉬어야 할 시간에 기량향상훈련이란 명목으로 특별교육을 받았다"면서 "그가 실수한 것은 책임을 져야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의 기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휴식이 부족해서 생긴 일인데 쉬어야 할 시간에 교육을 받느라 쉬지 못하는 현실이 더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항공업계 전문가는 "항공교통 관제사는 조종사 못지 않게 승객들의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라면서 "외국의 경우 조종사와 같은 처우를 해주는 곳도 적지 않은데 처우는 천천히 고쳐 나가더라도 업무강도 만큼은 당장 낮춰줘야 한다. 초대형사고는 관제가 한 순간 집중력을 잃으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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