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홍유라 기자] "경제는 나 말고도 잘할 분이 많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지난 15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 당시 답변이다. 이미 기정사실화 되어있던 그의 총선 출마를 다시금 확인 사살한 격이었다. 최 부총리는 이날 "야당 의원님 중에서는 제가 물러나야 경제가 잘 된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사실상 총선 출마 선언으로 봐도 무방했다.
최 부총리의 발언은 두고 정계 곳곳에선 각양각색의 해석본이 등장했다. 혹자는 자신감을 말했다. 최 부총리가 경제기반을 잘 닦아놓았으니 미래의 한국경제가 웬만하면 잘 굴러갈 수 있다는 감정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는 오만을 말했다. 현재 경제수장이 워낙 잘 해놨기에 후임은 어느 누가와도 괜찮다는 뜻이라는 의미다. 일각에선 청와대의 인선을 부정하는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들렸다.
자신감도 오만도 해석의 문제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한국경제 지표가 여전히 우울하다는 점이다. 수출은 9개월째 감소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민간소비 등 내수 회복세는 공고하지 않다. 대외 경제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 미국 금리인상과 중국의 경기둔화 등이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알 수 없다.
백번양보해서 총선출마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꼭 그런 식으로 말해야 했을까? 수장의 마음이 떠났다는 게 공표된 마당에 기재부 관료들의 마음이 안정될 리 없다. 최 부총리가 "오후 4시면 문을 닫는 금융회사가 어디 있냐"며 지지부진한 금융개혁에 일침을 가한 것이 그저 허공의 메아리로 들리는 이유다.
장관이 바뀌면 줄줄이 인사가 있을텐데 공무원들의 마음도 '콩밭'에 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가 "중대기로에 있는 한국경제의 수장이기 때문에 능력이 부족한 제가 그동안 최선을 다했다"며 "저보다 더 능력 있는 분이 오셔서 한국경제 부활을 주도해주셔야 한다"고 발언했다면 어땠을까. 어쩔 수 없이 미련이 남는 대목이다.
홍유라 기자 vand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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