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전 대표는 18일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분명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와 SNS 등을 통해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문제점과 위험성을 경고하며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라당의 한국사 교과사 국정화 포기를 촉구했다.
안 전 대표는 글을 통해 "국민을 분열시키고 소모적 이념대결로 몰고 갈 것이 뻔한 ‘국정화’를 계속 밀어붙인다면 불순한 정치적 노림수가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박 대통령은 박정희 시대에 대한 평가를 물을 때마다 '역사의 판단에 맡기자'고 했는데 결국 그 말의 속뜻이 '국정교과서의 판단에 맡기자는 것이었음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쿠데타' 혹은 '정변'으로 역사적 판단이 내려진 '5·16'에 대해서도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평가한 박 대통령은 아버지의 '공(功)'을 인정받는데서 만족하지 않고 '과(過)'까지도 '불가피한 선택'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5·16에 대해서는 "청문회에 나온 군 최고 지휘관들과 장관들조차 '5·16은 쿠데타입니다라고 말하지 못하는 실정 아니냐"고 지적했다.
안 전 대표는 앞서 박 대통령이 '역사교육은 정쟁이나 이념 대립에 의해서 국민을 가르치고 학생들을 나누어서는 안 된다'며 '나라와 국민을 위해 정치권이 불필요한 논란으로 국론 분열을 일으키기보다는 올바른 역사교육 정상화를 이루어서 국민통합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언급한 사실을 소개한 뒤 "그 말이 진심이라면, 박근혜 대통령은 국론 분열을 일으킨 국정화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역사 해석'을 정권이 독점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며 "박 대통령이 약속한 '100% 대한민국'이 '통합'이 아니라 '획일'을 말한 것이었다면 너무 끔찍한 일"이라고 경고했다. 안 전 대표는 "지금의 역사 교과서들이 고칠 것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고쳐야 할 것은 고쳐서 우리 아이들에게 ‘더 좋은 역사 교육’을 시키는 것에 동의한다"면서도 "역사 해석에는 '다양한 관점'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생각이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가 민주주의"라며 "다른 생각을 인정하는 것이 민주국가"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1년 내 완료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서도 강하게 우려했다. 안 전 대표는 "역사 교육은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5년 단임의 대통령이 1년 만에 후딱 해치울 일이 아니다"며 "이명박 정권 때 졸속으로 밀어붙인 4대강 사업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중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뉴욕타임즈는 사설에서, 교과서에서 위안부를 삭제하라는 아베 일본총리와 박대통령을 같은 사람이라고 취급하고 있다"며 "뉴욕타임즈는 사설에서, 교과서에서 위안부를 삭제하라는 아베총리와 박근혜대통령을 같은 사람이라고 취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전 대표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가 이뤄질 경우 이후 정부에서도 논란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뜻도 전했다. 그는 " 앞으로 5년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통령의 소중한 임기초반을 역사교과서 논쟁으로 소모하게 만들 생각이냐"고 질타했다.
안 전 대표는 "'국정교과서'이 논쟁은 국가·국민·지식인·지도자에게 많은 숙제를 던져주었다"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지식인들의 철학, 국민들의 역사 인식, 그리고 대통령을 비롯한 지도자들의 리더십의 수준을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의미부여했다.
박 대통령을 향해서는 "지금 대통령이 할 일은 '위기극복의 자신감과 미래의 비전'이지 '분열의 카드와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다"며 "국민을 위한 선택(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포기)을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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