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성 금품 오가고 고객자산 이용한 불법거래까지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증권가에 블록딜(block deal) 관행이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자본시장의 중심지 여의도에 냉랭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매도자와 매수자를 이어주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대가성 금품이 오갔던 데다 블록딜에 참여한 기관의 직원들이 고객의 자산을 이용해 불공정거래를 도운 혐의까지 포착돼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블록딜은 시장 개장 전후 특정회사의 주식을 대량 보유한 매도자와 이 주식을 매수자간 거래를 체결시켜주는 시간외 대량 매매제도다. 대량의 주식을 장내에서 매각하게 되면 시장가격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일정한 계약에 따라 시간외 매매를 통해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블록딜 관행의 문제는 특정 상장사의 주식을 보유한 매도자와 블록딜 주선 증권사, 그리고 매수자를 잇는 연결고리에서 발생했다. 검찰의 수사 역시 증권회사 또는 자산운용사 임직원이 개인자격으로 블록딜 매매를 주선하는 과정에서 수억원의 금품을 챙긴 정황을 포착하면서 시작됐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정상적인 계약주체가 아닌 제3자가 계약과정에 참가해 매수자와 증권사, 자산운용사, 자문사 등 금융투자회사를 연결해주고 그 대가로 금품을 받는 불법행위가 그간 증권가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져 온 관행이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회사의 이름이 아닌 개인의 이름으로 블록딜을 주선하는 과정에서 별도의 금품이 오고 갔다면 명백히 불법"이라며 "브로커의 주선으로 블록딜에 참여한 기관투자자 역시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한 정황이 나타나면 불공정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상적인 블록딜은 주식 매도자가 특정증권사와 주선계약을 체결하고 한국거래소가 정한 기준에 따라 매도자에게 해당 주식을 매각하는 구조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주선계약을 체결한 증권사는 대량의 주식을 사 줄 매수자를 물색하는 단계를 거쳐 매매계약을 체결하면 계약서에 명시된 수수료를 받는다.
주선수수료는 계약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인수합병(M&A) 수수료보다는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합병 수수료는 거래금액이 100억원 이하인 경우 1억원에서 2억원 수준, 100억원 이상인 경우는 전체 금액의 3% 이하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블록딜에 참여한 기관투자자들의 역할도 수사선상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검찰이 기관투자자 직원이 블록딜을 주선한 브로커에게 금품을 받고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린 여러 정황도 포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특정기업 주식을 대량 보유한 대주주는 기업가치에 비해 높은 가격에 주식을 매도할 수 있어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길 수 있다.
기관투자자들의 이같은 불법 블록딜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투자자들에게 전가된다. 블록딜에 사용되는 자금은 대부분 공모펀드를 통해 모집한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어서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주가가 폭락할 경우 펀드에 가입한 개인들이 손실을 모두 떠안을 수밖에 없다. 블록딜 소식을 듣고 직접 매매에 나선 투자자들도 큰 손해를 입게 된다.
반면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검찰의 수사가 지나치게 확대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증권사 법인영업팀 관계자는 "블록딜은 인수합병에 비해 상대적으로 절차가 간단해 수수료가 높지 않다"면서 "인수합병에 비해 잦은 편이어서 증권사의 주요사업 중 하나인데, 개인의 불법행위가 업계 전반의 관행처럼 확산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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