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현대기아차가 국산차들과의 경쟁에서도 밀리고 있다. 수입차를 포함한 전체 시장 점유율에서 하락세를 보이는 데 이어 이제는 한국지엠, 쌍용, 르노삼성 등 국산차에도 점유율을 내주고 있다. 일부 신차 모델이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게 가장 큰 원인이다.
13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업계 등에 따르면 수입차를 제외한 지난달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은 올 들어 가장 낮은 75.2%를 기록했다. 79.4%로 최고점을 찍은 7월과 비교해 단 두 달만에 4%p 넘게 급락한 수치다.
그동안 국내 시장은 현대기아차가 80%에 달하는 압도적인 점유율로 시장을 끌어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70% 후반대를 유지하더니 올 들어 70% 중반대까지 주저앉았다. 실제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은 1월 77.6%로 불안하게 출발하며 상반기 내내 77~78%대에 머물렀다. 쏘나타와 스포티지 등 신차를 쏟아낸 하반기들어 79%대까지 치솟았지만 8월 76%, 9월 75%로 2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특히 현대차의 부진이 아쉽다. 한때 50%에 육박했던 점유율은 9월 10%p 가까이 급락하며 40%선마저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 올 들어서도 6월 찍은 46%가 가장 높은 점유율이다.
그나마 기아차가 30% 중반대를 꾸준히 유지하며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을 버텨낸 게 위안이다. 기아차는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이 가장 저조했던 9월에도 올 들어 최고 수치에 가까운 35%를 기록했다.
반면 경쟁사의 약진은 두드러졌다. 올초 점유율 10%를 겨우 넘겼던 한국지엠은 스파크와 임팔라 효과를 등에 업고 12.7%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렸고 티볼리를 내세운 쌍용차 역시 6.1%에서 6.3%로 소폭 상승, 르노삼성은 신차 효과가 없던 상황에서도 5%대의 점유율을 꾸준히 유지했다.
하반기 돌풍을 이끌고 있는 임팔라가 가장 대표적이다. 9월에만 1634대를 팔며 준대형차 2위 자리를 수개월째 지키고 있던 기아차 K7을 밀어냈다. 6200여대의 판매량을 기록한 그랜저와는 아직 격차가 크지만 1만대 이상 계약이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차이는 조만간 좁혀질 전망이다.
이렇다보니 수입차를 포함한 전체 점유율에서도 현대기아차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9월 수입차 포함 내수 시장에서 현대기아차는 개별소비세 인하와 신차효과로 판매는 늘렸지만 수입차의 선전에 점유율 지켜내지 못했다. 9월 현대기아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64.9%로 전년동월(67.3%)보다는 2.4%p, 8월(66.6%)과 비교해서는 1.7%p 떨어졌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하반기 출시한 일부 신차의 경우 경쟁사 주력 모델과 포지션이 겹치며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며 "남은 4분기에는 마케팅에 더욱 집중, 판매량을 최대한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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