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역사 교과서 편찬을 국정화로 되돌리기로 사실상 확정지은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관련 문제를 제기하며 논의를 주도해왔다.
박 대통령이 역사 교과서 편향성 문제를 처음 제기한 건 취임 4개월 째, 첫 6ㆍ25를 맞았을 때다. 박 대통령은 2013년 6월 17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 문제를 처음 거론했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학생들 중 상당수가 6ㆍ25가 남침인지 북침인지 모른다는 결과가 나오자, 이를 계기로 역사 교과서 문제를 꺼내든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것은 결코 묵과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새 정부에서는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할 것"이라고 강력히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또 "교육현장에서 진실을 왜곡하거나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며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이 가져야 할 기본 가치와 애국심을 흔들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신 분들의 희생을 왜곡시키는 것으로서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 발언 후 6ㆍ25 당일까지 일주일 동안 3번에 걸쳐 같은 취지의 발언을 반복하며 분위기를 조성했다. 24일 6ㆍ25전쟁 63주년 참전유공자 위로연에 참석해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치른 희생이 과연 어떤 의미였는지 후세들에게 바르게 가르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라며 "역사교육을 바르게 하고 보훈의식을 바로 세워서,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올바른 가치관과 애국심을 심어주고 나라의 뿌리를 굳건히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6ㆍ25 당일 국무회의에서는 "북침이니 하는 말이 나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런 왜곡된 역사인식은 교육현장에서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왜곡하는 일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그것은 역사와 국민들에게 죄를 짓는 일"이라고 했다.
그로부터 약 8개월간 박 대통령은 이 문제를 다시 거론하지 않았다. 담당 부처 차원에서 국정화 혹은 검정강화 등 개선책을 마련하는 기간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박 대통령은 2014년 2월 13일 교육부ㆍ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에서 역사 교과서 개발 제도 개선을 공식화한다. 다만 6ㆍ25 북침 논란이라는 애초 계기가 아닌 '이념적 편향성'이란 표현을 씀으로써 보다 광범위한 문제 의식을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사실에 근거한 균형 잡힌 역사 교과서 개발 등 제도 개선책을 마련해 주기를 바란다"고 지시하며 "이것은 역사 공부 문제를 넘어 사회적 통합이라든가 공동체 의식을 더욱 확장하는 이런 문제에 있어서도 이것이 제대로 정착되지 않고는 사회적 통합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계속해서 "정부의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에 많은 사실오류와 이념적 편향성 논란이 있는 내용은 이런 것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때까지도 박 대통령의 의중이 검정강화인지 국정화 회귀에 있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박 대통령이 특정 방법을 제시하지 않았다하더라도, 부처 차원에서 보다 확실한 개선책을 만든다는 명분으로 스스로 국정화 결정을 내렸을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후 무려 1년 8개월간 이 문제는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했다. 박 대통령의 '제도 개선 지시'가 있은 후 2달만에 세월호참사가 터졌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말 청와대 내부 문건 유출과 비선라인 존재 논란 등 정치적 이슈가 계속 불거진 것도 교과서 개선 작업을 거론하지 못한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다 최근 지지율이 50%대를 넘나들며 국정 주도권을 회복하게 되면서 박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중점 관심 사항으로 추진해온 교과서 제도개선 문제가 재차 불거진 것으로 풀이된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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