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대형마트 8월 매출 뒷걸음질친 반면 편의점은 30%대 고공성장
담뱃값 상승 영향도 커…사회구조상 향후 성장전망도 밝아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편의점의 지속적인 성장을 예상하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경제의 앞날이 어둡기 때문이다."(김태홍 유안타증권 연구원)
편의점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 8월 점포당 매출액이 올 들어 최고 성장률을 기록했을 정도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홈쇼핑 등 유통채널이 극심한 매출 부진으로 속앓이하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다.
향후 전망도 밝다. 전문가들은 1인 가구 증가 등 사회 구조상 편의점의 성장가능성을 높게 봤다.
1일 기획재정부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대형마트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7.6% 역신장했고 백화점은 -6.5%를 기록했다. 반면 편의점은 34.4%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추석대목이 지난해 8월18~31일에서 올해 9월7~20일로 명절선물세트 수요 차이가 발생했다.
특히 대형마트이 경우 명절 시기 차이에 따른 식품매출 감소 여파로 인해 전년대비 크게 감소했다. 헬스&뷰티 및 제습제 판매 부진 등에 따라 생활용품도 부진했다. 남성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9월 식품부문 매출 증가에 따라 실적 성장은 재개될 것으로 판단되나, 식품 이외 제품 판매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어 소비회복에 대한 긍정적인 시그널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백화점은 8월 기준 지난해 대비 -6.5%, 전월 대비 -2.3% 하락했다. 8월 백화점 매출액도 명절 시기 차이에 따른 과일, 한우, 굴비 등 명절 선물세트 수요 감소에 따라 전체적인 실적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남 연구원은 "여성정장, 가정용품, 해외유명브랜드 등이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지난달 대비 성장세가 정체됐고 식품 이외 품목군들의 부진도 나타나고 있어 전체적인 소비경기 회복은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반면 편의점은 전년보다 무려 34.3%나 성장했다. 점포 증가 및 담뱃값 상승에 따른 ASP 증가로 매출 성장세 지속됐다. 생활용품 1.5%, 담배 등 기타 68.1%, 음료 등 가공 19.0%, 즉석 23.3%를 나타냈다. 담뱃값 상승 효과와 더불어 1인 가구수 증가에 따른 즉석식품 판매 호조가 전체적인 성장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담배가격 인상 효과가 이어지는 가운데 즉석ㆍ신선식품 매출 증가세가 더욱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이에 따라 점포당 매출액은 22.7% 성장하면서 올해 들어 최고 성장률을 기록했다. 남 연구원은 "담배수요 감소율이 17% 수준에서 더 이상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고무적"이라며 "즉, 담뱃값 인상 효과 이외 구조적인 트래픽 증가가 성장을 이끌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최근의 경기 침체가 편의점의 성장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창업 1순위 아이템인 '베이커리'는 점차 '하이리스크 로우리턴(high risk-low return)'으로 변화 중이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치킨집'은 경쟁 심화로 사업의 안정성이 점차 취약해지고 있다. 반면 편의점은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low risk-low return)'다.
즉, 자의던 타의던 자영업자의 세계에 뛰어든 사람에게는 대박의 꿈 보다는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편의점 창업을 원하는 예비 가맹점주는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다.
편의점은 '무관심'의 편안함을 제공하기 때문에 최근 사회 변화 속에서 점차 그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김태홍 연구원은 "편의점 도시락을 먹는 '편도족'의 증가 역시 식생활의 유행이라기보다는 사회구조적으로 변화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불황이 짙어질수록 편의점의 조명은 더욱 밝게 빛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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