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실수가 너무 많아 폐를 끼친 것 같다. 이해해 달라."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가 폐를 끼쳤다며 기자에게 사과했다. 보도자료를 관련부처와 제대로 상의하지 않은 채 발표하고 심지어 사실관계도 호도했다고 지적하자 나온 반응이다.
권익위는 23일 '기초생활수급자 주택ㆍ농지연금도 소득공제 가능해진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보건복지부가 권익위 권고에 따라 기초수급자의 주택연금이나 농지연금에 대한 소득공제를 추진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통해 기초수급자들이 활발히 주택ㆍ농지연금 가입에 나서 소득수준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밝혔다.
2시간여가 지나 기사들이 온라인상에 다 게재된 후 권익위는 갑자기 보도자료를 고쳐 다시 배포했다. 복지부가 소득공제를 '추진'하는 게 아니라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는, 비슷해보이지만 확연한 차이가 나는 문구 수정이 있었다. 기사를 확인한 복지부가 "사실과 다르다"며 항의하자 부랴부랴 조치를 취한 것이다.
사실 복지부는 소득공제를 추진하는 방안조차도 검토할 생각이 없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초수급자의 주택ㆍ농지연금 가입률이 낮은 문제에 대한 해법은 단순하지 않아 내부적으로 어떤 방안을 마련할 지 고심 중"이라며 "연구용역을 맡길 계획이었는데 권익위 보도자료가 한참 앞서가는 내용으로 나와 당황스웠다"고 토로했다.
이뿐 아니다. 권익위는 "소득공제는 기초수급자가 주택ㆍ농지연금에 가입해도 지급받는 생계급여액이 줄어들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라는 사실과 다른 내용을 담았다. 생계급여액은 만약 주택·농지연금에 소득공제 혜택이 적용된다 해도 일정 비율 줄어들게 돼있다. 수정된 자료에도 해당 내용은 고쳐지지 않았다. 기초수급자들이 주택ㆍ농지연금 제도를 오해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권익위의 사과 대상은 생계 유지마저 힘든 기초수급자들이 되는 게 맞다. 이미 삶에 지쳐있고 상처받은 국민들을 위한 대책은 더욱 조심스럽고 정밀해야 한다.
세종=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