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사대문 안 발굴문화재 '전면보존' 원칙
전시관 시에 기부채납하면 용적률 인센티브 부여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도시정비사업 중 발견된 매장문화재를 원래 자리에 옛 모습 그대로 보존하는 첫 사례가 나왔다.
서울시는 지난해 6월 종로구 공평동 1·2·4지구 도시환경정비사업 추진 과정에서 대단위로 발굴된 15~16세기 도로와 골목, 집터, 청와백자편, 기와편 등을 전면보존 방식으로 복원해 '공평동 유구 전시관(가칭)'으로 선보인다고 24일 밝혔다.
정비사업구역에서 발굴된 매장문화재를 전면 보존하는 것은 처음으로, 시는 앞으로 사대문 안 정비사업구역에서 발굴되는 매장문화재는 최대한 '원 위치 전면보존'을 원칙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앞서 인접 대단위 도시개발 사례인 종로구 청진 2·3지구(현 D타워)나 청진 12~16지구(그랑서울)의 경우 사업성 등을 고려해 발굴된 유구 일부만을 신축 건축물의 내·외부로 옮겨 보존하거나 지하에 부분 보존하는 소극적인 방식을 취해 왔다.
하지만 시는 이번 공평 지구와 같이 문화재정이 유적 전면보존 조치를 결정하고, 사업시행자가 보존면적만큼을 유구전시관 등으로 조성해 시에 기부채납할 경우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용적률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공평 1·2·4지구 도시환경정비사업 구역은 당초 높이 113.8m, 용적률 999%(A동 22층·B동 26층)로 계획됐으나 이번 전시시설 조성으로 용적률이 1199%까지 올라가 건물 2개동 모두 26층으로 지을 수 있게 됐다.
유구가 발굴된 원 위치인 신축건물 지하 1층 전체가 전시공간으로 조성되면 높이 6m, 총면적 3818㎡(약 1154평)에 이르는 서울시내 최대 규모의 유구 전시관이 된다. 도심 내 위치한 KT신사옥 유구전시관(231㎡)이나 육의전박물관(505㎡), 서울시청 내 군기시 유적전시실(882㎡)보다 훨씬 크다.
시는 사업시행자와 추가 협의를 거쳐 정비계획 변경을 추진하고, 문화재 관련부서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TF팀을 구성해 설계 및 시공의 뼈대가 될 전시 기본계획을 수립한 후 시공에 들어가 오는 2018년 4월 전시관을 준공할 예정이다. 운영은 서울역사박물관이 맡을 예정이다.
공평동은 보신각, 의금부 터를 비롯해 주요 유적 밀집지역인 종로사거리에 위치하며, 조선 후기 영·정조시대 국왕을 보필하며 탕평정책을 이끌었던 채제공, 송인명 등의 정승이 살았고 1905년 을사늑약 체결에 저항해 우국지사 민영환이 순국한 곳이기도 하다.
시는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에 이르는 600여년의 도시조직과 생활양식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규모 현장 박물관 조성되면, 인근 인사동, 종로 일대 관광명소와 연계한 도심부 활성화의 새로운 모델로도 기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이번 공평 1·2·4지구 도시환경정비사업 구역의 매장문화재 전면 보존 결정은 문화재를 바라보는 인식과 정책의 전환을 통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민관협력 방식의 '보존형 정비사업' 모델"이라며 "원 위치 전면 보존을 통해 유구, 유물들을 영구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물론 훼손되지 않고 수백년 간 켜켜이 쌓여온 역사를 고스란히 만날 수 있는 현장 박물관으로서 재탄생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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