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23일 부분파업을 시작하면서 4년 연속 파업에 들어갔다. 현대차 노조는 1987년 노조 설립 이래 지금까지 거의 연례적으로 파업을 했다. 노조가 파업을 하지 않은 해는 1994년과 2009∼2011년 뿐이다. 노조설립 첫해부터 올해까지 4년을 제외하고 25년째 파업하는 것이다. 2년 이상 연속 무파업(2009∼2011년 3년간)을 기록한 것은 실리ㆍ온건 노선의 전 집행부가 유일했다.
올해는 추석 전 임금ㆍ단체협약 협상 타결에 실패하자 이날 오전조(1조)가 근무 시작 시각인 오전 6시 50분부터 파업을 시작했다. 오전 10시 50분까지 4시간 파업을 하는 1조는 출근을 늦추는 방식으로 파업에 동참했다. 오후조(2조)는 오후 3시 30분부터 7시 30분까지 파업한다. 노조는 24일에는 1ㆍ2조가 오전 8시 50분, 오후 5시 30분부터 각각 6시간 파업할 예정이다. 25일에는 1조가 6시간 파업하고, 2조는 추석 연휴 전날이어서 쉰다. 3일간의 파업으로 인한 피해는 최소 8천대에서 1만대, 2000억 안팎의 손실이 예상된다.
파업으로 인한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1987년 노조 설립 이래 2014년까지 파업피해를 추산하면 총 파업일수는 406일, 생산차질대수는 129만7천여대, 매출손실은 15조3055억원에 이른다. 생산차질규모는 현대차 울산공장의 연간 생산규모(154만2000대)보다 25만대 적지만 상당한 규모다.
현대차노조는 지난해는 모두 6차례 부분파업을 벌였고, 회사는 차량 1만6500여 대를 생산하지 못해 3300억원의 매출차질(잔업ㆍ특근 거부 포함하면 차량 4만2200여대 손실에 9100억원 매출차질)이 발생했다. 2013년에는 10차례 부분파업으로 차량 5만191대를 만들지 못해 1조225억원의 생산차질이 생겼다. 2012년에는 10여 차례 파업을 벌여 역대 가장 많은 1조748억원의 생산차질액을 기록했다.
추석 이후에도 파업이 계속되면 회사와 협렵업체, 지역경제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하지만 결렬된 교섭이 당장 재개되거나 타결되기는 어렵다. 노조가 파업을 무기로 회사를 압박하고 있지만 회사의 입장과 안팎의 경영여건을 볼 때 회사가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올해 말 노조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노조 내부의 갈등도 불씨다. 현 집행부는 중도·실리적 노선을 추구하고 있지만 현 집행주를 견제하는 강경파들이 임금피크제와 통상임금 확대안에 제동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가 사측과의 교섭 대신 노조위원장 선거에 전념할 경우 상당기간 교섭 중단이 불가피하고, 차기 노조위원장이 새 교섭대표단을 꾸려 연말에야 재개할 수도 있다. 노조는 10월 1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투쟁 계획을 포함한 향후 일정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