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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촨즈 레노버 창업자, 국가 주도 자본주의에서 벗어나…기업 경영 전문화에 크게 기여

중국에 기업자본주의를 밝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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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세계 최대 개인용 컴퓨터(PC) 제조업체 레노버 창업자인 류촨즈(柳傳志) 레전드홀딩스(聯想控股有限公司) 회장(사진)이 최근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로부터 중국 기업가자본주의를 이끄는 횃불로 평가 받았다.


레노버의 모기업인 레전드는 지난 10여 년 사이 베이징(北京) 소재 부동산 개발업체 레이컴(融科智地), 투자업체 호니캐피털(弘毅資本)ㆍ레전드캐피털(聯想投資) 등 많은 업체를 분사했다.

레노버는 1994년 홍콩 주식시장에 상장됐지만 레전드는 지난 6월 29일(현지시간) 기업공개(IPO)를 단행했다. 공모가는 42.98홍콩달러(약 6620원)다.


상하이(上海) 태생인 류는 1966년 중국인민해방군 시안군사전신공정학원(西安軍事電訊工程學院ㆍ시안전자과학기술 대학의 전신)을 졸업한 뒤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 국방위원회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그러던 중 문화대혁명 때 후난(湖南)성의 한 농장으로 쫓겨났다. 이후 광둥(廣東)성 농장까지 전전하다 개혁ㆍ개방 정책으로 1979년 중국과학원 컴퓨터기술연구소에 배치됐다.


류 회장은 뉴스 웹사이트 시나(新浪)와 가진 회견에서 "굶주리면 느낌이 어떨 것 같은가"라고 기자에게 물은 뒤 "온 살과 근육이 뜯겨 나가는 느낌"이라고 스스로 답한 바 있다. 문화대혁명 당시 겪은 고초는 그를 검약하고 참을성 있는 사람으로 바꿔놓았다.


류의 아버지는 골수 사회주의자로 중국에서 내로라하는 특허 전문 변호사였다. 아버지로부터 영향 받은 류는 지적재산권 존중 등 기업이 지켜야 할 도리를 수용했다. 레노버의 스마트폰이 지적재산권 침해 논란 없이 세계 곳곳에서 순조롭게 팔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류가 10명의 연구소 동료와 함께 레노버를 창업한 것은 1984년이다. 당시 중국과학원은 그에게 2만5000달러를 빌려줬다. 정부 출연으로 개발한 기술들을 상업화하라는 뜻이었다.


그는 사업 초기 주문자 상표 부착 방식(OEM)으로 PC를 생산하다 1990년 레노버라는 자체 브랜드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후 레노버는 중국의 대표적인 PC 메이커로 우뚝 서게 됐다.


중국과학원은 지금 레전드 지분 36%를 갖고 있다. 그러나 레전드에서 국유기업의 색깔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상하이 소재 중국유럽국제경영대학원(中歐國際工商學院)의 량넝(梁能) 교수는 "시장에서 레전드의 움직임을 보면 영락없는 민간 기업"이라고 말할 정도다.


레전드는 레노버 지분 33%를 보유하고 있다. 레노버에서 레전드 그룹 전체 순이익의 66%가 비롯된다. 지난 3월까지 1년 사이 레노버의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0% 증가한 460억달러(약 54조9240억원)를 기록했다. 순익은 33% 늘어 67억달러에 이르렀다.


레전드 그룹의 확대는 류 회장이 중국의 성장과 자유화에 베팅한 덕이다. 그는 1980년대 중반 세계적으로 컴퓨터 하드웨어 수요가 느는 데 주목했다. 1990년대에는 도시화와 인터넷 뱅킹을 중시했다. 그는 2005년 IBM의 PC 사업부를 인수하고 휴대용 인터넷 단말기 부문으로 진출하는 등 레노버의 사업 다각화에 매달렸다. 요즘은 생활수준 향상에 따라 안전한 먹거리, 헬스케어ㆍ개인금융 서비스 수요가 늘 것으로 보고 있다.


흔히들 레전드를 한국의 '재벌'이나 일본의 '게이레츠(系列)'처럼 보곤 한다. 그러나 상하이 소재 컨설팅 업체 매킨지 아시아의 고든 오어 회장은 "재벌이나 게이레츠와 달리 레전드에는 순환출자라는 게 없다"며 "투자기관인 유럽식 지주회사로 보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류 회장은 오래 전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의 경영연수원을 2주간 방문한 바 있다. 방문 기간 중 그는 중국에 세계 수준의 복합기업을 건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지주회사가 투자자ㆍ견인차로 역할하고 각 자회사가 전문 분야에 집중할 때 사업 다각화는 비로소 빛을 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류 회장은 중국식 국가 주도 자본주의의 폐해를 잘 안다. 컨설팅 업체 가오펑(高風)의 셰주시 최고경영자(CEO)는 "류 회장이 중국에서 경영을 전문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했다.


중국의 젊은 경영인들은 류 회장의 경영전략을 연구하느라 바쁘다. 량 교수는 류 회장의 경영전략과 관련해 "강력한 엘리트 팀을 구성해 장기 전략 아래 유능하고 헌신적인 인력 양성에 나선다"고 표현했다.


류 회장은 2005년 레노버 회장 자리를 양위안칭(楊元慶) CEO에게 넘겨줬으나 2007년 후반 금융위기로 글로벌 경기가 부진에 빠지자 2009년 복귀했다. 이후 레노버가 고속 성장하자 2011년 겨울 회장직을 다시 양 CEO에게 넘겨주고 물러났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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