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졸음 막으려 곡선으로 뚫은 11km 터널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마치 지하도시에 들어온 듯 넓고 구불구불했다. 밖으로 나가는 길을 잃고 가끔 헤매는 인부가 있다는 말이 실감났다.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550m 지하의 인제터널 공사현장은 서늘했다. 여름이나 겨울이나 섭씨 12도~15도 사이가 자연 유지된다.
한국도로공사가 건설 중인 71.7㎞ 길이의 서울~양양고속도로 가운데 태백산맥의 방태산과 점봉산을 관통하는 '인제터널' 내부의 분위기다. 오는 2017년 상반기 개통을 앞둔 국내 최장 도로터널은 끝없이 이어지는 듯 했다. 강원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에서 양양군 서면 서림리까지 11㎞에 이른다. 기존 최장 도로터널인 배후령터널(5.1㎞) 보다 2배 이상 길고 세계에서는 11번째 길이다. 지난 2008년 12월 착공해 72% 수준의 공정에 도달했다.
하루 25m씩 파고들어가는 방식으로 30개월만에 인제와 양양이 연결된 상태다. 연인원 5만명, 중장비 2900여대가 투입돼 건설되고 있는 터널은 강원도 내륙에서 동해쪽으로 1.95도씩 내려가게 돼 있다. 이로 인해 터널 양 끝단의 고도차이는 200m에 이른다.
이곳을 지나게 될 수많은 차량이나 운전자들의 변수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최소화하기 위한 수단은 여러가지다. 우선 터널을 곡선으로 만들고 있다. 직선으로 만들 경우 과속과 졸음으로 인한 사고를 유발할 수 있어서다. 만약 차량 충돌로 인한 화재사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천정에는 5m 간격으로 스프링클러가 설치된다. 배기가스 순환과 비상탈출로 등의 용도로 설치된 1.4㎞ 길이의 경사갱도 화재사고 피해를 막기 위한 장치다. 이 경사갱은 당초 본 터널을 뚫기 위해 중장비를 들여놓을 목적으로 만든 터널이지만 비상시에는 구급차의 이동통로 구실을 한다. 반대편 차로로 피난하는 통로가 57곳이나 된다. 국내에선 처음으로 대형차 회차로가 설치됐다.
터널이 길다보니 신선한 공기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중간쯤에는 터널에서 산 꼭대기로 곧게 뻗은 212m, 307m짜리 수직갱 2곳을 확보했다.
터널은 환경보호에 초점을 뒀다. 백두산에서부터 이어지는 천혜의 원시림을 보존하기 위해 산 정상에서 550m 지하에 터널을 뚫는 방법을 선택했다. 설계단계에서부터 주민들이 참여해 의견을 받아 건설공사에 반영했다.
오는 11월2일 개막하는 '제25회 서울 세계도로대회' 때는 세계 정상급 터널기술을 각국 장관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김진광 한국도로공사 홍천양양건설사업단장은 "인제터널이 완공되고 서울~양양고속도로가 개통하면 서울에서 동해안까지 3시간 걸리는 운행시간이 절반 단축된다"면서 "강원내륙과 동해지역의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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