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그 시대를 상징하는 단어들이 존재한다. 이를 테면 '르네상스' '산업혁명' '냉전' 같은 단어들이 그렇다. 그렇다면 2015년의 7할이 지나간 지금 우리사회를 상징하는 단어는 무엇일까. 필자는 '불안'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상반기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확산과 최근 발생했던 군사적 긴장은 지켜보는 이의 마음을 졸이게 했다. 하지만 이러한 일시적인 이슈보다 더욱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불안요소다.
낙관론자에 따르면 한국경제는 그래도 탄탄하다고 하고 비관론자의 견해로는 전도가 암담하다. 전자는 최근의 불황을 '경기적인' 것으로 생각한 판단이고 후자는 지금의 위기를 구조적인 원인으로 분석한 경우다.
그러나 최대 경제교역국인 중국의 성장이 둔화되고 우리나라의 고용지표는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우리사회를 볼 때 후자의 견해로 무게추가 기운다. 특히 장기화되는 저금리 저성장 기조와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노후의 경제적 불안, 저출산에 따른 생산활동인구 감소 등이 다가올 우리 사회 최대의 위협요소라고 생각한다.
보험회사에 사원으로 입사해서 최고경영자(CEO)를 10년 이상 경험한 필자로서도 최근 우리 경제여건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것 같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외환위기 때에도 유동성 부족을 겪긴 했지만 비교적 단기에 극복했다. 하지만 지금의 저금리 저성장 기조는 내수부진과 투자위축의 악순환을 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가볍게 치부할 수 없다.
1990년대 이후 저금리 저성장이 고착화된 일본의 경우를 보면 1997년부터 2001년 사이에 닛산생명을 시작으로 도쿄생명까지 8개 보험사가 파산했다.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운용해 수익을 내야 하는 보험사로서는 저금리 극복 여부가 회사의 생사를 가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소비자 요구에 맞는 다양한 상품판매 포트폴리오, 자산운용 이익률 제고, 해외시장 진출 확대 등의 방법을 들 수 있다.
이에 앞서 생명보험사의 위기, 나아가서 대한민국 모든 기업이 위기를 돌파하는 핵심은 무엇보다도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것이다. 생명보험산업은 대표적인 장기금융산업으로 보험계약기간이 보통 10년 이상이다. 또 소비자가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할 경우 경제적인 보장을 통해 가정경제를 지키는 버팀목 역할을 한다.
즉 소비자와 생보사는 장기간 지속되는 동반자 관계로 이해할 수 있다. 생보업계는 이러한 관계를 어떻게 잘 관리하고 유지하느냐가 회사의 성패(成敗)를 가른다는 확신을 바탕으로 많은 토론과 합의를 거쳐 '소비자 신뢰 제고'를 핵심 추진 사업으로 선정하고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생보사의 소비자업무 담당임원이 지역 소비자를 직접 방문해 생명보험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사항과 의견을 청취하고 실무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소비자가 몰라서 신청하지 않는 보험금을 찾아주기 위해 매년 사망보험금, 해지환급금, 휴면보험금 등에 대해 안내하는 보험금 찾아주기 사업도 시행하고 있다.
또 소비자 10만명을 대상으로 무료로 금융보험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 밖에도 생명보험산업이 소비자로부터 받아온 사랑을 사회에 돌려준다는 차원에서 2008년부터 희귀난치성질환자 지원, 어린이집 건립, 학자금 저리대출 등 다양한 사회공헌 사업을 펼치고 있다.
'무신불립(無信不立)'. 믿음이 없으면 살아나갈 수 없다는 뜻으로 논어 '안영편'에 실린 공자의 말이다. 필자는 이 말을 단기간의 이익을 위해 소비자를 등한시할 경우 생존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 생보업계가 이러한 정신을 바탕으로 스스로 노력하는 것만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생명보험이 신뢰산업으로 오랫동안 국민들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는 길이라고 믿는다.
이수창 생명보험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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