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15일 준공한 국내 최초 돔구장 '고척스카이돔', 직접 가보니….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비 와도 야구 해서 좋겠다" vs "비 오는데 꼭 야구 해야돼?".
15일 준공한 서울 구로구 소재 국내 최초 돔구장 '고척스카이돔'을 돌아보니 이런 생각들이 엇갈렸다. 고척스카이돔은 국제 규격의 돔구장을 갖고 싶다는 국내 야구인들의 숙원에 따라 건설됐다. 야구팬들도 비가 와도 눈이 와도 사계절 야구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생겼다는 점에서 환호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즉흥적으로 건설되면서 열악한 입지 조건ㆍ수익성 부족 등으로 인해 '세금 먹는 하마', '애물단지' 등 우려가 많다. 이날 찾아간 고척스카이돔은 이런 우려를 떨치지 못하게 했다.
무엇보다 수익성 확보 방안이 여전히 불투명하다. 고척스카이돔은 2008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악명높은' 디자인서울 계획의 일환으로 강행한 동대문야구장 철거에 반대하는 야구인들을 달래기 위해 450억원짜리 일반 야외 구장을 계획하면서 시작됐다. 오 전 시장은 이후 하프돔으로, 다시 완전돔으로 바꾸는 등 타당성 검토나 준비도 없이 즉흥적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이로 인해 건설예산이 급증해 당초 예상의 6배에 가까운 약 2500억원이 투입됐다. 이제 그만큼 수익을 내야 하는 숙제가 남겨져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마땅한 방법이 없다. 시는 공연ㆍ문화행사 유치, 수영장ㆍ매점 등 수익시설 운영과 프로야구 넥센 구단 연고지 구장 활용에 따른 수입 등을 기대하고 있다. 그 정도로는 연간 예상 운영비 80억~100억원을 충당하기에도 벅차다. 게다가 넥센 측은 경기장 건설비용을 전혀 대지 않았으면서도 연고지라는 점을 들어 광고수익은 물론 운영권을 달라고 시에 요구하면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여기에 좁은 땅에 들어선 돔은 옹색한 느낌을 줬다. 잠실야구장 등 다른 구장에 비해 '콤팩트'한 시설물들이 많다. 경기장을 둘러싼 8m폭의 보행자 전용도로와 협소한 광장 외에는 여유 공간이 매우 부족했다. 2만명 넘는 관람객이 한꺼번에 몰릴 경우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다.
1ㆍ3루 내야 관중석에서 외야 관중석으로 이어지는 부분에는 관중석이 아예 배치되지 않았다. 불펜은 지하에 설치돼 있다. 좌석간 거리(일반석 기준)가 내야 55cm, 외야 45cm로 촘촘하다. 대부분 앉으면 앞 좌석에 무릎이 닿을 정도여서 경기중 이동하기는 거의 불가능할 정도다. 화재 등 긴급사태가 발생한다면 큰 사고를 부를 것이란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이에대해 설계ㆍ시공을 맡은 이영록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은 "관중석 통로와 1층으로 빠져 나올 수 있는 계단을 충분히 확보해놨다"면서 "매표와 출입도 내야와 외야에서 동시에 할 수 있도록 해서 관람객 동선이 분산되기 때문에 안전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교통ㆍ주차 문제도 남아있다. 돔은 서부간선도로와 남부순환로ㆍ경인로 등이 연결되는 상습 정체구간에 위치해 있다. 경기가 있는 날이면 최악의 교통 정체를 피하기 어려워진다. 특히 고척교를 건너 운동장으로 바로 진입하지 못하고 동양미래대학 정문에서 비좁은 1차로로 유턴을 해야 하는 게 치명적 결점이다.
주차장은 492면밖에 없으며 그나마 관객용은 200여개에 불과하다. 인터넷 사전 주차 예약제까지 실시된다. 자가용을 이용해 돔구장을 찾기는 쉽지 않을 듯 보였다. 이에 시는 급한대로 고척교를 확장하고, 구일역까지 보행자 전용도로를 설치해놓은 상태다. 내년 3월까지 구일역 서측 출구도 신설한다. 철도공사와 협의해 경기 때는 급행열차를 운행할 계획이다.
경기장 소음ㆍ빛 공해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된 듯 했다. 돔 주변에는 동양미래대학 등 학교 4개가 몰려 있고, 아파트 단지가 밀집된 주거지역이다. 대형 행사시 주민들의 소음ㆍ빛 공해 피해가 우려됐다. 시는 경기장 천정에 세계 최초로 3중 차음막을 설치해 인근 주택가에 전달되는 소음이 최대 40db대 이하로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인근 서부간선도로의 소음이 평상시 50~70db대 임을 감안하면 양호한 셈이다.
최첨단 시설ㆍ장비에다 메이저리그에서 사용하는 펜스와 흙까지 직수입해 '국제규격'으로 건설됐다는 고척스카이돔. 은빛 찬란한 우주선 모양의 자태를 자랑하는 이곳은 야구인ㆍ팬에게는 '천국'일지 몰라도 세금을 내는 시민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물음표'였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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