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서울 인구 감소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특히 젊은층 유출이 급격히 늘고 있다. 공공기관 이전 등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에 더해 최근 전세난이 심화되면서다. 이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1000만 인구가 깨지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16일 서울시가 집계하는 지난 2분기 기준 통계를 보면, 등록외국인을 제외한 인구 수는 1007만8850명으로 전 분기에 비해 2만2137명, 0.22% 줄었다. 2013년 말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세대 수로는 5334세대가 줄었다.
서울 인구는 2010년 이후 매년 5만명 안팎 줄어들고 있는데 이처럼 감소 폭이 커질 경우 이르면 내년 말쯤 1000만명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연령대별로 보면 30~40대 인구 감소가 두드러진다. 올해 2분기 기준 30~34세는 91만1691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4.99% 줄어들었다. 서울 시민의 지난해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이 32.8세, 여성이 30.9세다.
신혼집을 구하지 못해 서울을 떠나 경기도나 인천에 소재한 신도시에 정착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결혼을 앞둔 30대 A씨는 "서울시 전역으로 발품을 팔며 전셋집을 구하려 했지만 매물 찾기조차 쉽지 않아 수원까지 내려가게 됐다"고 말했다.
40~44세 역시 전년 동기 대비 3.09% 줄었으며 25~29세는 1.06% 감소했다. 50~54세 역시 2.64% 줄어들었다. 20~24세와 35~39세는 각각 0.71%, 0.33%씩 소폭 증가했다. 80~84세는 9.09%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고 60~64세 7.29%, 75~79세 5.97%, 65~69세 4.31%씩 늘었다.
정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과 공공기관의 지방 혁신도시 이전, 귀농ㆍ귀촌 인구의 증가 등과 함께 주택 문제는 서울 인구를 줄이는 주된 요인이다. 최근 전세난은 이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통계청 조사를 보면 지난해 서울 순유출 인구의 절반 이상이 전입신고를 할 때 주택 문제를 이동 이유로 꼽았다.
통계청 관계자는 "고령화돼 가면서 전반적인 인구 이동은 덜 해지는데도 서울에서는 많이 빠져나가는 추세"라며 "정부 기관 이전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지만 전입신고 사유를 봤을 때 비싼 집값, 전셋값이 영향을 많이 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비교적 자가보유율이 높은 노년층은 계속 늘어나고, 주거 불안에 시달리는 젊은층들은 서울을 떠나면서 도시 전체적으로 서서히 고령화돼 가는 것이다.
서울의 평균 전셋값은 지난달 기준 2억9168만원으로 3억원 돌파를 코 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말 이후 8개월만에 10%가량 치솟은 것이다. 아파트만 놓고 보면 3억5763만원이며 한강 이남 지역은 4억1526만원에 이른다.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5억1213만원이다.
반면 경기 지역의 평균 아파트 전셋값은 1억9567만원으로 서울보다 1억원가량 저렴하다. 평균 매매가격은 2억8654만원이어서 서울 전셋값이면 경기 지역에서 아예 집을 사고도 남는 셈이다. 출퇴근 시간이 길어지는 것을 감수하고라도 경기 지역으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택 문제가 인구 감소에 주된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등록외국인을 포함한 인구 수는 최근 몇 년동안 완만한 감소세이기 때문에 수 년 내에 1000만 인구 아래로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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