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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원 지입차주 40명 10일째 파업…물류 피해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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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원 "회사 CI 없이, 차라리 백지로 차량 운행하라" 호소

꼬리내린 풀무원…백지 운행 촉구, 차량도색 비용 지급


풀무원 지입차주 40명 10일째 파업…물류 피해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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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풀무원이 충북 음성물류 사업장 지입차주의 화물 운송거부로 10일째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태의 불씨가 된 차량의 회사CI를 지우고 백지로 운행할 것을 호소하고 나섰다. 차주들이 도색을 지울 경우 회사 측에서 도색비용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14일 풀무원 계열사인 엑소후레쉬물류에 따르면 위탁운송업체인 대원냉동운수와 계약을 맺고 풀무원 제품을 운송하는 화물연대 소속 지입차주 40명은 지난 3월 차량외부에 도색된 풀무원 브랜드CI와 관련, "용역차량의 외관 상태를 유지하고 낙서, 스티커 부착행위 등 어떠한 훼손행위도 하지 않겠다"는 도색유지서약서를 각자 회사에 제출했다.


그러나 지입차주들은 지난 4일 이 도색유지서약서 폐기를 주장하며 파업에 나섰다.

회사 측은 "1월 지입차주들과 화물연대는 향후 1년 동안 일방적인 제품 운송거부를 하지 않기로 하고, 엑소는 운임 등을 인상한다는 12개항을 합의하고 성실하게 이행하고 있으나 이를 어기고 불법적인 운송거부를 하고 있다"며 "본인들이 사인한 도색유지서약서를 강제로 서약했다는 억지주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영길 엑소후레쉬물류 본부장은 "바른먹거리를 공급하는 식품기업에게 깨끗한 브랜드로고는 생명과 같은 것으로 CI를 훼손할 것이면, 차라리 CI를 지우고 백지로 운행할 것을 호소한다"며 "백색도색을 원하는 지입차주들에게는 도색비용을 지급하겠다"고 말했다.


풀무원제품을 운송하는 지입차주 150명 가운데 화물연대 소속 40명을 제외한 나머지 110여 명은 서약서 폐기에 반대하며 CI 유지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반면 화물연대 소속 차주들은 서약서 폐기는 주장하면서도, 풀무원의 CI는 지우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차량에서 풀무원 CI를 지울 경우 차량매매 시 CI가치로 인해 받을 수 있는 수천만원의 프리미엄(권리금)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들은 개인적 면에서는 차량프리미엄을 통해 경제적 이득은 유지하면서도, 화물연대 측면에서는 서약서를 폐기함으로써 투쟁 시 필요에 따라 회사 CI에 스티커나 구호, 현수막, 깃발을 내걸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하겠다는 두 가지 의도라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파업에 반대하는 차주 A씨는 "화물연대 파업 때 차량을 훼손하고, 회사 CI를 붉은 라커로 심한 욕설을 담은 낙서를 하고 훼손하니까 회사에서는 그럴 것이면 도색을 지우자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차주 B씨는 "화물주인(화주)인 풀무원 회사 로고 도색을 지우고 운행하면 소속감도 없어지고, 차량 매매에도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스스로 도색을 유지할 것을 제안했다"며 "도색을 훼손하지 않겠다는 서약서에는 스스로 자원해서 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C씨는 "파업 때 CI에 낙서를 하고 운행하니까 회사 이미지에 타격을 입고 아주 창피했다"며 "풀무원뿐 아니라 다른 업체 지입차도 모두 도색돼 있는 것이 기본인데 하얗게 도색해서 다니면 누가 지입차량이라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회사 측은 합의사항을 성실히 이행하고 있는데도 합의내용과 관계도 없는 허위주장을 담은 동영상을 만들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을 통해 유포해 제품운송을 위탁한 업체에 불과한 풀무원의 기업이미지와 명예를 훼손하고,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히고 있다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화물연대 소속 지입차주들은 제3자인 외부세력 수백 명을 끌어들여 음성물류센터 정문을 봉쇄하고 "물류를 막아 회사를 망하게 하겠다. 회사가 망하면 차주들은 다른 데서 일하면 된다"는 막말과 협박을 일삼고 있다며 이들의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회사 측은 이들이 "20년 동안 월급이 동결됐고, 추가 운임비는 줄고, 인력감축으로 노동강도는 세졌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들은 풀무원 소속 직원들이 아니라 운수회사와 계약을 맺고 풀무원의 제품을 운송하는 개인 소유차량의 주인들로 이들이 받는 돈은 월급이 아니라 제품을 운송해주고 운송회사에서 받는 운임인데 1월 인상한 것을 비롯해 꾸준히 올랐다는 것이다. 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지입차주 대부분은 2011년 음성물류센터 건립을 전후해 새로 계약을 맺고 운송 업무를 시작한 5년 미만 근무자들로 20년 동안 운임이 동결됐다는 주장은 시작부터 맞지 않는 말이라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최근의 경우 회사 측은 1월 합의 시 운송료를 8% 인상한 바 있다. 휴무를 대체해 근무하는 팀장의 수당도 월 2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올렸다. 운송회사에서 이를 통해 지입차주들에게 지급하는 한 달 평균 기본운임은 512만원이고, 추가 운임비를 포함하면 평균 600만원 수준에 이른다고 한다. 유류비와 통행료는 회사에서 별도로 지급한다. 추가 근무를 하면 추가근무수당이 지급된다. 지입차주들은 연 7000만원 안팎의 안정적인 수입을 올리는 개인사업자들이라는 것이다. 운행시간의 경우 풀무원 지입차주들의 운행시간(대기시간 2.3시간 포함)은 평균 11시간으로, 국내 5t 트럭 이상 평균 운송시간 13시간보다 적은 편이라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또한 애경사의 경우 지입차주에게 3일간의 유급휴일을 부여된다. 회사 제품을 정온, 정시, 정량 기준에 맞게 운송할 경우에는 인센티브도 지급된다.


이 같은 좋은 조건 때문에 풀무원 제품을 운송하는 운송차량에는 수천만원의 권리금이 붙어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풀무원 회사 CI를 훼손하지 않겠다는 서약서에 차주들이 자발적으로 서명한 것도 이 때문이다. 풀무원 제품 운송 지입차량의 매매가는 5t 트럭의 경우 1억원∼1억2000만원, 11t 트럭은 1억6000만원∼1억8000만 원에 이른다.


파업을 반대하는 D씨는 "화물연대 소속 지입차주들은 1억원도 넘는 차를 가지고 들어온 사람들로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들"이라며 "풀무원 회사 CI가 도색된 차량에 권리금이 수천만원 붙는 것은 운임 수입이 안정적이고 다른 제품 운송기사들에 비해 운임이 높고 근무여건이 수월하고 좋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오랜 기간 풀무원 제품을 운송해온 대부분의 차주들이 파업에 반대하고 회사 측 입장을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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