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늘 국무회의를 열어 2016년도 예산안을 심의, 의결했다. 올해보다 3% 늘어난 386조7000억원으로 청년일자리를 비롯한 보건ㆍ복지ㆍ노동분야를 크게 늘렸다. 정부는 지출확대→경제성장→세입기반 확충의 선순환과 지출 증가율 관리 등으로 중장기 재정건전성 회복을 달성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내년 예산은 어려운 경기상황에서 재정의 경기진작 기능과 건전성 목표가 충돌하는 모양새를 보여 어느 것도 달성하기는 수월하지 않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 예산과 관련, "우리 경제가 대내외 불확실성에도 흔들리지 않고 내수 개선세가 확대되도록 정책 노력을 다하겠다"면서 "경기활성화와 구조개혁을 동시에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경제활성화 의지는 특히 고용디딤돌 프로그램 도입 등에 따라 일자리 관련 예산을 12.8%(1조8000억원) 늘어난 15조8000억원으로 편성한 데서 충분히 읽힌다. 총지출 증가율을 총수입 증가율(2.4%)보다 높은 3%로 잡은 데서도 정부의 의지는 확인된다.
그럼에도 재정건전성이 악화돼 정부 노력의 빛이 바랜다. 내년에 국가 채무가 50조1000억원이나 늘어나 국가채무비율은 사상 처음으로 국내총생산(GDP)의 40.1%에 이른다. 박근혜정부는 GDP의 40%라는 국가채무비율을 재정건전성의 마지노선으로 보고 재정을 운용해왔는데 이를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이다. 재정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이는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도 재정의 경기부양 능력이 제약을 받는 현정부가 처한 딜레마를 보여준다. 최 부총리도 경기활성화와 재정건전성의 균형점을 찾으려고 고민한 예산이라는 말로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부는 지출확대로 경제성장이 이뤄지면 세입기반이 확충돼 재정건전성을 회복할 것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이는 적정 수준의 경제성장이 이뤄져 세입이 늘어날 때나 가능한 일이다. 내년에도 성장률이 정부 예상(3.3%)을 밑돌 경우 세수결손으로 재정건전성이 악화되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악순환이 생길 수도 있다.
따라서 경제성장만큼 확실한 해법은 없다. 그런데 우리 경제는 2분기까지 5분기 연속 0%대 성장을 보일 만큼 성장 엔진이 식어가고 있다. 올해보다 겨우 3%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으로는 이 엔진을 데우기란 쉽지 않다. 막대한 사내유보금을 쌓아 놓고도 망설이고 있는 민간 투자에서 돌파구를 찾는 것도 방법이다. 기업들이 맘 놓고 투자에 나서도록 한다면 새로운 성장의 추동력을 얻을 수 있는 만큼 정부는 규제완화에 과감하게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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