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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준 칼럼]한류와 우보천리(牛步千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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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준 칼럼]한류와 우보천리(牛步千里) 박희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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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돌아왔다. 중국 관광객(요우커)이 다시 한국에 돌아온 것이다. 서울 남산 한옥마을에서 퇴계로, 명동으로 이어지는 길은 중국인으로 북새통이다. 오가는 사람들의 어깨가 부딪칠 정도로 많다.


이들의 귀환으로 명동 상권도 살아나고 있는 모습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사태로 뜸했던 요우커들이 한국을 다시 찾아 쇼핑에 나선 덕분이다. 명동에 가면 요우커들의 쇼핑백에 다양한 종류의 화장품이 꽉 차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웃한 롯데백화점 내의 풍경도 다르지 않다. 화장품 매장 계산대에는 요우커가 줄을 선다.

요우커들이 다시 북적이고 이들이 화장품 싹쓸이 쇼핑을 벌이는 모습은 내수 반등을 알리는 신호탄이자 '한류를 주도하는' 한국 화장품의 건재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사례라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한국의 텔레비전 드라마와 가요, 영화를 통해 알려진 연예인들의 세련된 이미지, 한국인의 아름다움을 닮고 싶어하는 중국과 아시아 여성들에게 좋은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우는 한국 화장품은 큰 호소력을 발휘한다.


물론 아시아에서 한국산 화장품의 인기가 높은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이미 90년대 후반부터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2004년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했을 때 그 열풍을 두 눈으로 봤다. 시내 중심가 백화점의 가장 좋은 자리를 한국산 화장품 판매장이 차지하고 있었다. 한국산 화장품은 젊은 여성들의 꿈이었다. 이듬해 태국을 찾았을 때 화장품 한류의 위력을 실감했다. 한국 여성들의 하얀 피부를 열망하는 태국 여성들은 미백 화장품을 그렇게 갖고 싶어했다.

이 같은 한국산 화장품의 끝모를 인기는 TV 드라마와 영화, 뮤직비디오가 퍼뜨린 한류 덕분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렇지만 한류 덕분만이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절반의 진실에 불과하다. 품질이 뛰어나고 값이 저렴하다는 사실에도 주목해야 한다. 최근 만난 화장품업계의 지인은 "품질과 가격이 한국산 화장품의 강점"이라면서 "오늘날 화장품은 한류를 이끄는 주류"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화장품 한류'는 공짜로 얻은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뛰어난 품질을 내놓기 위해 애쓴 수많은 기업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맞는 말이다. 1990년대 초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기업들은 값싼 노동비용을 활용할 목적으로 중국 다롄특구에 진출했다. 국내에서 생산하던 제품을 그대로 생산했다가 고배를 마신 사례도 있다. 국내에 남은 중소 화장품업체들은 연구개발(R&D)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한국콜마는 그런 기업 중 하나로 기억에 깊이 각인돼 있다. 20년 전 서울 삼성동 본사를 찾았을 때 윤동한 당시 사장의 "보유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품을 개발해 화장품 유통업체에 공급하고, 화장품 유통업체는 자기 회사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는 제조업체개발생산(ODM)개념을 도입했다"는 설명은 뇌리에 깊이 박혔다.


화장품 한류를 이끌 새로운 기업 생태계는 그때 잉태됐다고 생각한다. 이후 그는 이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 직원의 30% 이상을 연구원으로 뽑고, 연매출의 6% 이상을 신소재, 신기술 개발을 위한 R&D에 지속 투자했다고 한다. 그 결과 이 회사는 화장품 한류의 숨은 주역이 됐고 높은 주식가치로 보상받고 있다.


한류를 선도하는 국산 화장품은 R&D에서 원동력을 얻었고 앞으로도 그래야 할 것이라고 믿는다. 중국 등 아시아 신흥국 기업들이 한국 업체를 맹추격하고 있고 선진국 기업은 견제하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의 선택지는 이것 말고는 없다. 중국 스마트폰시장을 재패한 샤오미의 무서운 추격을 보라. 드라마, 영화, 음악 등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누구나 모방할 수 있는 한류, 한국 상품은 살아남기 힘든 세상 아닌가.


문제는 R&D가 하루아침에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패하기 일쑤며 돈이 많이 드는 고난의 행군이라는 점이다. 손실이 난다고 해서 중단할 수도 없는 길이다. 그렇기에 소걸음으로 천천히 가야 성공한다. 소는 뒷걸음질치지 않고 느리지만 목적지에 도달하지 않는가. 구성원 모두 조급증을 버리고 우보천리(牛步千里)의 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 이를 알고 실천하는 경영자가 있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다.






박희준 논설위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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