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 중국의 '항일(抗日)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 열병식 개최에 대해 미국 정부는 3일(현지시간) 공식 반응을 삼갔다. 마크 토너 국무부 부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이 이 같은 기념행사를 주최하는 권리와 권위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도전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톈안먼(天安門)광장에서 펼쳐진 웅장한 군사 퍼레이드는 미국 사회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TV 뉴스에 등장한 열병식의 엄청난 규모와 새롭게 선보인 무기, 중국의 군사력 소개를 통해 미국 사회는 중국이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자신들과 맞설 국가임을 실감했을 법하다.
실제로 3일 만난 월가의 한 종사자는 "TV를 통해 열병식을 지켜보고 있는데 과거 냉전시절 옛 소련의 크렘린궁 열병식을 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비슷한 심정이었을 것 같다. 그래서 꺼내든 것이 '일본 껴안기'라는 견제구다. 종전 70주년 하루 전 발표된 오바마 대통령의 성명은 일본과의 화해와 미ㆍ일 동맹 강화에 방점이 찍혀있다. 최근 미ㆍ일 관계를 "화해의 힘을 보여주는 모델"이라며 한껏 치켜세웠다. 힘을 과시하고 싶은 중국에 일본을 내세워 '힘보다는 화해'의 필요성과 강력한 미ㆍ일 동맹전선을 주지시켰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 일본 껴안기는 '신의 한수'이다. 중국과의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일본의 전략적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하게 될 전망이다.
문제는 이 사이에 끼어있는 한국이다. 미국 외교가에서 한국의 전략적 입지는 중국 견제라는 대의 앞에 일본에 밀리는 구도가 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전승절 행사 참가에 대해 미국 정부는 환영도 우려도 내놓지 않았다. 이해는 한다지만 흔쾌할 리도 없다. 한ㆍ미ㆍ중ㆍ일의 얽힌 실타래를 조심히 풀어갈 지혜가 어느 때보다 절실해 보인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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