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2105 골드에이지포럼]
[인터뷰]"출산율 높이려면 교육비 부담 줄여줘라"
"롱텀케어 수요 급격히 늘 것..효율성 및 질 보장해야"
[아시아경제 서지명 기자] "국민연금 보험료를 최대 16.7%까지 높여야 합니다."
랜달 존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일본 담당관(사진)은 1일 아시아경제 미래디자인연구소와의 서면인터뷰에서 "국민연금이 적절한 노후소득보장 수단이 되려면 9%인 현재 기여율을 최대한 빨리 높여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민연금 보험료를 높이는 시점이 늦어질수록 나중에 급격히 올려야 한다"며 "국민연금 목표 소득대체율이 40%로 낮아진다고 해도 국민연금 보험료는 14.1%로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부터 한국의 기업 정년이 60세로 늦춰지는 점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하고 임금피크제가 기업의 부담을 줄이고, 고용을 확장시킬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OECD 기준 최저 수준인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양질의 보육을 제공하고, 교육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급격한 고령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참여율을 높이고, 임금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노인장기요양보험(롱텀케어)을 이용하는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며 서비스의 효율성과 질을 보장하는 문제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랜달 존스는 오는 17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2015 골드에이지포럼'에 참석해 한국의 연금개혁과 세금, 노동시장 개혁 등의 내용을 담은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다음은 랜달 존스 담당관과의 일문일답이다.
- 올해 초 공무원연금 개혁을 둘러싸고 사회적 논란이 발생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의 올바른 개혁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한국은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 특수직역연금이 약 150만명(노동인구의 4%)의 공공부문 노동자를 커버한다. 이들 연금은 정부 지원에 점점 더 의존하는 구조다. 국민연금보다 특수직역연금이 상대적으로 관용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또 은퇴하는 공공부문 노동자가 늘어나는 데다 기대수명은 증가한다. 2009년 정부는 공무원연금을 개혁했지만 국내총생산(GDP)의 0.6%를 지출했다. 이 수치는 2030년에는 1.1%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정부는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사학연금을 개혁할 것을 천명했다. 개혁의 목적은 연금혜택을 줄여 (연금 간) 불균형을 해결하고, 기여를 높이는데 있다. 특히 이 개혁의 방향이 국민연금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 국민연금은 오는 2044년 적자로 돌아서고 2060년 고갈될 전망이다. 국민연금의 올바른 개혁방향은 무엇이라고 보나.
▲ 2013년 기준 노인인구의 40.9%만이 국민연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민연금의 목표 소득대체율은 40년 기여를 기준으로 현재 50%에서 40%로 줄게 된다. 20~40대 가입자의 평균 기여율이 20년 미만인 점을 고려하면 실질 소득대체율은 20% 미만이다. 이것은 퇴직소득의 원천으로 보기에 불충분하다.
연금을 높이기 위해서는 3가지의 접근방식이 필요한데 먼저 가입자의 수가 늘어나야 한다. 2012년 기준 일하는 인구의 43%만이 연금에 가입했다. 다른 선진국의 가입률이 80% 수준인 것과 대조적이다. 가입률이 낮은 것은 자영업자와 비정규직,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참여가 저조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평균 기여기간이 늘어나야 하고, 목표 소득대체율이 50% 내외로 유지돼야 한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 2083년까지 국민연금 재정이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험료를 현재 9%에서 16.7%로 높여야 한다. 2028년까지 소득대체율이 40%로 낮아지더라도 보험료는 14.1%로 높아져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보험료를 최대한 빨리 높이는 것이다. 이 시점이 늦어질수록 보험료를 급격히 올릴 수밖에 없다.
심지어 소득대체율이 40%로 낮아짐과 동시에 2033년까지 연금 수급연령도 65세로 늦춰진다. 연금 수급연령이 늦춰짐에 따라 근로자가 회사를 떠날 때와 연금을 받을 때 사이의 차이가 벌어져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 이와 관련, 단계적으로 60세로 기업의 정년퇴직 연령을 높이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 국민연금만으로 적절한 노후소득 보장에 한계가 있어 사적연금의 역학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사적연금의 역할과 기능은 무엇이라고 보나.
▲ 고령층의 적절한 소득을 달성하기 위해선 다층소득이 필요하다. 게다가 국민연금이 덜 받고 더 늦게 받는 방향으로 개혁되기 때문에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저축 등 사적 소득을 증가시키는 게 중요하다.
2005년 시작된 퇴직연금은 충분하지 않다. 한국의 평균 근속년수가 6년에 그쳐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직장생활 중 퇴직금을 중간 정산해 버리기 때문이다. 또 2014년 기준 전체 기업의 16.3%만 퇴직연금을 도입했고, 근로자의 29.1%만 퇴직연금에 가입했다. 퇴직연금의 확산을 촉진하는 정책이 중요하다. 또 3층 연금인 개인연금을 확산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조기인출에 대한 벌금을 올려 유지율을 높여야 한다.
- 한국은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정년을 60세로 늘린다. 노동시장 개혁의 올바른 방향은 무엇인가.
▲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젊은 연령의 인적 자본이 낭비되고 있고, 평균 퇴직연령이 53세로 빨라 고령인구가 노동시장에서 빨리 퇴출된다.
정부는 오는 2017년까지 고용률 70% 달성을 목표로 하며 55~64세 연령의 고용률을 2012년 기준 63.1%에서 2017년까지 67.8%로 높이기로 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고령 근로자가 회사에 좀 더 오래 머무를 수 있도록 연령보다 능력이 보장되는 유연한 고용과 임금시스템이 기본이 돼야 한다. '임금피크제'는 연공서열이 기반인 회사에서 임금을 줄이고, 기업의 부담을 완화해 고용확장을 촉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임금피크제는 연공서열과 임금사이의 연결고리를 무너뜨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 한국의 복지지출은 현재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보나.
▲ 한국의 공공사회지출은 2014년 현재 GDP의 10% 정도로 낮다. 이는 최근 몇 년 동안의 급속한 증가에도 불구하고 OECD 평균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급속한 고령화를 고려하면 2060년까지 GDP 대비 공공사회지출은 10%에서 29%로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은 공공사회지출의 급격한 증가를 주의해야 한다.
- 한국에서 기초노령연금이 2008년 도입됐고 지난해부터 기초연금으로 바뀌었다.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와 관련해 우선해야 하는 정책은 무엇이라고 보나.
▲ 노인들 사이의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기초노령연금이 2008년에 도입됐지만, 65세 이상 인구의 49%는 빈곤 상태다. 이는 OECD 평균 13%의 거의 4배 수준이다.
노인 빈곤은 향후 국민연금과 사적연금이 성숙한 때까지 기다릴 수 없는 긴급한 사회적 문제다. 65세 이상 인구의 자살률은 10만명당 2000년 34명에서 2010년 72명으로 증가했다. OECD 평균인 22명보다 훨씬 많은 수준이다. 향후 급속한 인구 고령화와 독거노인의 증가는 이 빈곤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정부는 노인최저소득 계층에 기초연금을 집중해야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기초연금은 대부분의 고령층(70%)에 20만원 수준의 연금을 제공하는 등 지원대상이 광범위하다. 이런 기초연금으로는 노인빈곤율을 낮출 수 없다.
- 한국은 OECD 최저수준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올바른 해결방안은 무엇인가.
▲ 한국의 출산율은 1970년 4.5명에서 2002년 OECD 최저인 1.2명으로 떨어진 이후 정체돼 있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근무시간을 줄이고, 양질의 보육을 보장하며 교육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
근무 시간을 줄이면 일과 삶의 균형이 높아져 출산율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2012년 OECD 평균 1717시간 보다 25% 길다. 정부는 연간 근무시간에 대한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해 연간 근무시간을 1800시간으로 줄이는 조치가 필요하다. 보육과 여성의 고용 사이에도 상관관계가 있다. 양질의 보육을 보장하면 출산을 장려할 수 있다. 출산율은 가정에서 교육이 주는 재정 부담을 덜어주느냐에 달려 있다. 무엇보다 교육비 부담이 저출산의 주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나.
▲ 한국은 일상생활을 수행할 수 없는 고령층을 위해 지난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을 도입했다. 한국은 낮은 출산율과 고령화로 서비스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실제로 한국에서 65세 이상 고령층 인구는 오는 2050년까지 12.2%에서 37.4%로 3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늘어나는 여성의 고용률과 같은 사회적 변화는 롱텀케어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높일 것이다.
OECD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롱텀케어를 위해 사용되는 공공재정이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오는 2050년까지 3~4% 수준까지 높아지게 되는데, 이는 OECD 평균인 2.4~3.3%보다 높은 수준이다. 롱텀케어의 질과 효율성을 담보하는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 한국의 고령화 진전 속도가 빠르다. 이에 대한 대응책은 무엇인가.
▲ 한국의 노동연령 인구는 2016년 정점을 찍고 감소하게 된다. 인구감소에 직면해 노동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고용시장 참여비율을 높이는 것이다.
고용율 70%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여성 고용률을 2012년 기준 53.5%에서 2017년까지 61.9%로 높이는데 달렸다. 낮은 여성 고용률은 경력단절과 무관치 않다. 결혼, 출산, 육아 등으로 노동시장에서 이탈한다는 얘기다.
여성 고용을 떨어뜨리는 또 다른 요인은 소득의 성별 차이다. 2012년 기준 여성은 남성보다 35% 낮은 임금을 받는다. 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를 축소하는 문제는 중요하다. 여성에게 일할 시간과 직업, 적절한 임금, 경력 등이 보장돼야 여성을 노동시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서지명 기자 sjm070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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