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립국어원이 최근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연 '우리의 삶 우리말에 담다' 학술대회에서 구현정 상명대 교수는 부부간 호칭어에 대한 변천사를 발표했다. 1950년대 말까지만 해도 아내가 남편을 이르는 말로는 '영감'과 '양반', 남편이 아내를 부르는 말로는 '임자'나 '마누라'가 대표적인 부부간 호칭이었다.
'여보'라는 남녀 공용의 호칭이 등장한 건 60년대 들어서다. 70년대 들어서는 '자기'가 등장했고 최근에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오빠'라는 호칭이 많이 쓰인다. 하지만 '여보'라는 호칭은 여전히 가장 많이 쓰인다. 2010년 표준화법실태조사에서 부부간 호칭어로 '여보'가 39%로 가장 많았고 '자기'는 24%였다.
이번 학술대회에선 고려대 연구팀이 70년간의 사회 변화를 신문기사에 자주 쓰인 단어를 중심으로 분석한 연구 결과도 소개됐다. 1946~1955년 광복이후에는 ‘확약’, ‘조인’, ‘가맹국’, ‘중립국’ 같은 단어가 많았다. 불안한 국내외 정세를 반영한 것이다.
경제 개발이 한창이던 1965~1974년에는 ‘공산품’, ‘개발도상국’, ‘국력’, ‘강대국’ 등이 신문기사에서 자주 보였다. 독재정권의 억압 속에 언론 통제가 이뤄지던 1975~1984년에는 저항적인 단어대신 대중문화에 관한 단어가 신문에 많이 쓰였다. ‘디스코’, ‘서클’, ‘연주회’, ‘코피(커피)’ 등이 그것이다.
정보기술(IT)이 화두로 떠오른 1995~2002년에는 ‘휴대’ ‘마케팅’ 등이 쓰였고, 가장 최근인 2003~2014년에는 ‘특성화’ ‘특화’ ‘이노베이션’ 등 창의적인 사고를 중시하는 단어와 ‘협업’ ‘공유’ ‘융합’ 등 소통을 강조하는 단어가 핵심어로 자리했다.
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
이경희 디자이너 moda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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