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대졸자만 750만명…경기둔화로 서비스 부문 고학력 인력 흡수 안 돼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올해 여름 중국에서는 대학 졸업자 750만명이 노동시장으로 쏟아져 나온다. 이는 2001년의 7배에 육박한다.
문제는 한 세대만에 중국 경제의 성장속도가 가장 느려져 대졸자들이 자기 꿈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책 당국은 취업률 제고에 크게 한몫할 서비스 부문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압박까지 받고 있다.
베이징(北京) 소재 싱크탱크 21세기교육연구원의 슝빙치(熊丙奇) 부원장은 최근 블룸버그통신과 가진 회견에서 "대졸자의 구직활동이 해를 거듭할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며 "내년에는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대졸자의 일자리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만큼 서비스 부문이 충분히 개발된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중국 경제에 필요한 일과 대졸자들이 하고 싶어하는 일 사이의 간극도 문제다. 서비스와 혁신이 주도하는 중국의 신경제는 환경오염 유발원인 중공업보다 잘 굴러가고 있다. 그러나 변호사ㆍ생물학자 등 급증하는 청년 전문 인력을 모두 흡수할 수 있을만큼 확대 속도가 빠른 것은 아니다.
지난해 중국의 대졸자 대다수는 비서, 교사, 행정, 회계, 인적자원 관리 부문으로 몰렸다. 그러나 베이징 대학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고용주들이 주로 원한 인력은 세일즈맨, 기술자, 에이전트, 고객서비스 담당, 웨이터다.
베이징 소재 런민(人民) 대학 사회학과의 저우샤오정(周孝正) 교수는 "한 자녀 정책 탓에 집에서 홀로 자란 요즘 대졸자들의 경우 일자리 고르는 것도 매우 까다롭다"고 지적했다.
요즘 중국의 대졸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부메랑족' 아니면 '월광족(月光族)'이다. 부메랑족이란 대학 졸업 후 취직도 하지 못한 채 부모에게 얹혀 사는 젊은이를 말한다. 월광족이란 월급 일부를 저축하지 않고 모두 써버리는 젊은이라는 뜻이다.
저우 교수는 "요즘 젊은이들의 경우 돈을 벌고 싶어하면서도 힘든 일은 원치 않는다"며 "부모 세대보다 투기성이 강하다"고 꼬집었다. 중국 대졸자들의 우상은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 주식시장에서 하루만에 돈벼락을 맞아 억만장자가 된 사람이다.
역설적인 것은 가방끈이 길면 길수록 일자리 찾기가 더 힘들어진다는 점이다. 쓰촨(四川)성 청두(成都) 소재 시난(西南)재경대학 경제관리연구원의 간리(甘犁) 원장에 따르면 올해 1ㆍ4분기 고등학교 졸업 이상 16~25세 중국 젊은이들의 실업률이 5.6%를 기록한 한편 고교도 졸업하지 못한 젊은이들의 실업률은 4.7%다.
22세 대졸자와 단순 조립 노동자의 임금 격차는 줄고 있다. 청두의 마이커쓰(麥可思)연구원이 지난 6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을 졸업한 지 6개월 지난 젊은이들의 평균 월급은 3487위안(약 65만2660원)으로 전년 대비 7.3% 올랐다.
그러나 이는 중국 평균 임금 상승률 9.4%, 이주노동자 평균 임금 상승률 9.8%에 못 미치는 것이다.
슝 부원장은 "고부가 서비스 직종, 특히 연구개발 부문 일자리가 더 늘어야 대졸자 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그러려면 국유 미디어ㆍ통신ㆍ금융 부문이 고학력 노동자를 더 많이 흡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나마 고무적인 것은 중국의 서비스 부문 성장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다는 점이다. 지난해 과학ㆍ기술ㆍ통신ㆍ소프트웨어 서비스 부문에 대한 투자는 30% 이상 급증했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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