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그룹 전 계열사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확정했다.
20일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두산건설·두산엔진·두산DST·두산캐피탈·오리콤·네오플럭스·두산타워 등에서 이미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데 이어 최근 마지막 남아있던 ㈜두산 내 일부 비즈니스그룹(BG)에 대해서도 임금피크제 도입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두산 관계자는 "소수 계열사까지 임금피크제에 대한 합의를 이뤄 내년 1월 1일부터 전 사업장에서 이를 실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주요 그룹 중에 모든 계열사를 대상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을 완료한 곳은 두산그룹이 처음이다.
현대차그룹이 내년부터 전 계열사 임금피크제 도입을 하겠다고 밝혔으나 사측의 희망일 뿐 아직 노조와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SK그룹도 최태원 회장 출소에 맞춰 임금피크제로 모든 계열사로 확대하겠다고 했으나 아직 내부 협의가 완료되진 않았다.
두산의 발빠른 움직임은 박용만 회장이 임금피크제 도입을 기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을 맡고 있는 박 회장은 국내 기업들에게 임금구성 단순화와 임금피크제 도입을 권고하기도 했다.
지난달 서울 대한상의에서 열린 '청년 고용절벽 해소를 위한 민관 합동 회의'에서 박 회장은 "청년 일자리 문제는 의식과 제도, 관행, 정치 등이 다 연결돼 있는데 근본적인 문제를 찾아 이야기하기에는 지금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며 기업의 임금피크제 도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두산인프라코어는 노사합의를 거쳐 지난해부터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다.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대신 58세부터 임금의 20%를, 59~60세에는 30%를 하향 조정해 지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지난해에는 전년대비 2배가 넘는 358명의 직원을 새로 뽑았다.
두산그룹은 임금피크제와 함께 정년 60세 연장도 모든 계열사에 적용한다.
두산 계열사의 정년은 사무직의 경우 두산중공업이 56세, 두산인프라코어가 55세였다. 생산직은 두산중공업이 60세, 두산인프라코어는 58세였다. 두산중공업은 임금피크제와 연계해 지난해까지 기술직 정년을 58세에서 60세로, 사무직 정년을 56세에서 60세로 각각 연장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노조의 입김이 센 두산그룹이 임금피크제를 전 계열사에 확대함으로써 다른 대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지금까지 자산총액 기준 상위 30대 그룹 주요 계열사 378개 중 177개(47%)만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상황이다. 삼성 등 자산총액 기준 1~15위 그룹은 계열사 275개 중 151개(55%)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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