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정부와 산업계가 노동개혁에 대한 당위성과 의지를 확인하고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하반기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혁을 위해 정부와 업계가 합심해 노동계를 압박하는 수위를 높였다.
이관섭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20일 서울 전경련회관에서 가진 '노동시장 개혁 관련 기업간담회'에서 "최근 재계는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신규 채용 및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데 한노총의 노사정위 복귀 거부는 이러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형국"이라며 "노사정위 복귀 논의 자체가 무산된 것은 노동계의 비민주적인 행태"라고 말했다.
지난 18일 한국노총은 '일반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변경'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화에 복귀하면 안 된다는 일부 산별노조의 반발로 노사정 복귀 결정을 연기한바 있다.
이 차관은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고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이중구조 문제 해결이 절실하다"며 "무섭게 추격하고 있는 중국, 앞서가고 있는 선진국들과 경쟁하려면 우리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노동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동시장 개혁은 노사간 대결이 아니라 10%의 기득권을 일부 내려놓아 90%의 대다수 근로자와 취업준비생에게 돌려주는 것"이라며 "이런 의미에서 노동개혁은 곧 ‘일자리 민주화’라고 바꿔 부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종헌 삼성 상무와 정형중 현대차 전무 등 10대 대기업 인사노무담당 임원 10명과 송원근 전경련 상무 등 경제단체 관계자 3명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노동개혁 없이는 청년들의 절망도 비정규직의 고통도 해결할 수 없다"며 "경직된 노동시장의 벽 앞에서 좌절하고 있는 우리 청년들과 비정규직들을 생각한다면 노동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 관계자는 최근 협상조차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노사정과 또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도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소수 세력에 휘둘리며 리더십 부재를 드러낸 한노총 복귀만 기다리기보다 비정규직 대표, 청년 대표 등 실제 이해관계자와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해 노동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는 전날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밝힌 '정부 주도의 노동개혁'과도 맞물린다는 해석이다. 최 부총리는 "노사정 타협과 (한노총) 복귀를 위해 계속 노력하겠지만 거기에만 매달려 있을 수는 없다"며 "정부 입법을 통해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은 당과 상의해 법안을 내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참석자들은 노동시장 개혁의 핵심의제로 꼽히는 임금피크제와 업무 부적응자 근로계약 해지 기준 마련 등과 관련한 의견을 나누고, 성과중심의 임금체계, 현장 노사관계에 있어서 법질서 회복을 위한 방안들이 종합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정부측에 건의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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