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기준금리인상, 가계부채 등 변수…위안화 쇼크는 원달러 환율 동반 상승효과로 상쇄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한국은행이 두달연속 기준금리를 연 1.50%로 묶었다. 한은은 13일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본회의를 열어 8월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했다.
이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한은이 금리를 낮춰 환율에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금리인상, 11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등의 변수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발 환율전쟁에 동참할 것이란 주장도 있었으나 최근 원ㆍ달러 환율이 크게 오른 것이 동결에 더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11일 위안화 가치를 1.86% 인하한 데 이어 12일에도 1.62% 추가로 내렸다. 이에 원·달러 환율도 동조화돼 13일 1190.8원으로 마감해 3년10개월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정성윤 현대선물 연구원은 "오히려 위안화 평가절하로 신흥국 통화약세 압력이 커져서 자본유출 우려도 한단계 더 격상됐다"고 지적했다. 정 연구원은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일방적인 비둘기 기조를 드러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문일 유진투자선물 연구원은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하를 한만큼 이에 연동돼 호주 달러화와 함께 원화가치도 많이 떨어졌다"면서 "당장 환율을 이유로 금리를 내리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추경)와 한은(금리인하)의 정책효과를 조금 더 지켜봐야한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기준금리는 작년 8월부터 4차례에 걸쳐 0.25%포인트씩, 채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1.0%포인트나 떨어졌다. 이후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내놓고 국회가 이를 통과시켰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과 1100조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도 금리 동결에 힘을 실었다.
시장의 전망도 이와 같았다. 금융투자협회가 국내 채권시장 전문가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98.2%는 이달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금투협은 "가계부채 증가 및 자본유출 규모 증가 문제 등 인상 요인이 상존하고 있어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9월로 예상되는 연준의 금리 인상도 부담이 됐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려 강달러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한은이 또 한번 사상최저 수준으로 금리를 떨어뜨리면 '달러 엑소더스'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 있어서다. 또한 이달 25일 발표될 예정인 2분기 가계신용이 지난 1분기(1099조3000억원)보다 높아져 금융안정에 큰 부담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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