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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마지막 개기일식의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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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마지막 개기일식의 '미스터리' 개기일식[사진제공=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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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정확히 16년 전인 1999년 8월11일 세계인의 시선은 태양과 달에 집중됐다. 20세기 마지막 '개기일식'을 보기 위해서였다. 개기일식은 태양이 달에 가려 사라지는 현상으로 대낮이 한밤중으로 변하는 장관이 펼쳐진다. 이날 개기일식은 그리니치 표준시로 오전 9시31분 캐나다 동쪽 대서양에서 시작해 영국, 프랑스, 독일, 터키, 이란, 파키스탄, 인도 뱅골만에 이르기까지 1만3000km에 걸쳐 목격됐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이 우주쇼에 열광한 것은 아니다. 세기말의 암울한 분위기와 겹쳐 일식이 시작되면 파리가 불바다가 될 것이라는 예언 때문에 짐을 싸는 사람들도 있었고 수천 마리의 비둘기가 사라지는 등 이상한 현상도 있었다. 많은 이들이 일손을 놓고 개기일식을 보면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생긴 것으로 추정되기도 했다. 20세기 마지막 개기일식 날 벌어진 일들을 되짚어 봤다.


◆20세기 마지막 개기일식 현장=이날 개기일식을 볼 수 있었던 나라는 17개국에 달했고 수억 명의 사람들이 대낮에 거리로 나와 이를 지켜봤다고 한다. 하지만 선명하게 개기일식을 볼 수 없었던 곳도 많았다. 프랑스에서는 비와 구름 때문에 제대로 관찰할 수 없어 개기일식을 보기 위해 준비한 3000만 개 이상의 보안경이 무용지물이 되기도 했다. 반면 독일, 오스트리아 일부 지역을 비롯해 이란, 이라크, 터키 등 중동에서는 잘 볼 수 있었다.

◆파리 불바다 예언과 사라진 비둘기=유명 디자이너이자 점성술사로도 알려진 파코 라반은 이날 일식이 시작되면 우주정거장 미르호가 파리로 추락할 것이라고 했다. 파코 라반의 예언 때문에 파리를 떠나려는 사람들로 교통 체증이 생기기도 했다고 한다. 스페인 출신의 이 디자이너는 예언을 전후에 종적을 감췄다가 나중에 다시 나타나 "1930년대 한 점성술사가 20세기가 끝나기 전 어두운 대낮에 파리가 불탈 것이라고 예언했는데 이를 우주정거장 추락과 연관시켜 얘기한 것"이라며 "실수였다"고 시인했다.


또 파코 라반 말고도 일부 점성술사들은 개기일식 날 세기말적 주가폭락을 예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한 여론조사에서 독일인의 20%가 개기일식 현상에 공포감을 갖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물건을 사재기한 사람들과 은행에 예금한 돈을 모두 인출한 사람들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개기일식 후 영국에서 수천마리의 전서 비둘기가 사라졌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비둘기로 서신을 교환하는 클럽의 회원들이 당시 날린 비둘기가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식이 비둘기의 뇌에 혼란을 가져왔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관람료는 비싸=관람료도 비쌌다. 당시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런던 상공회의소는 이날 개기일식으로 인해 영국이 5억파운드(약 90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했다. 그도 그럴 것이 개기일식이 시작하기 전부터 런던의 금융거래는 크게 줄었고 국제유류시장에서 브랜트유 거래는 중단되다시피 했다. 또 대부분의 상점은 문을 닫았고 공장은 조업을 멈췄다.


엉뚱한 관람료를 지불한 이들도 있다. 불가리아의 한 방송국 TV 카메라 기자는 흑해 해변에서 개기일식 생중계에 나섰는데 옆에서 벌어진 섹스 장면을 구경하다 개기일식 과정을 제대로 카메라에 담지 못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결국 카메라 초점을 태양에 맞추지 못해 시청자들은 빈 화면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21세기 첫 개기일식은 2001년 6월21일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의 일부 지역에서 볼 수 있었다. 한반도서 개기일식을 관측할 수 있는 때는 2035년 9월2일로 예상된다. 볼 수 있는 지역은 북한의 원산과 평양 사이다. 통일이 돼야 우리나라에서 개기일식을 볼 수 있는 셈이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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