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부채 105조→93조…수입 극대화·지출 최소화·정책사업 완수 선순환 사업체제 구축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부채 공룡'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부채 감축 노력 1년 반 만에 금융부채 12조원을 털어내는 성과를 올렸다.
7일 LH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7조2000억원의 금융부채를 감축했다. 지난 2009년 LH 출범 후 연평균 7조6000억원씩 늘기만 하던 금융부채가 줄기 시작한 것이다. 올해도 금융부채를 꾸준히 줄여 지난달 말 93조6000억원대로 떨어졌다. 이달 5일 기준으로는 93조5321억원까지 내려갔다. 금융부채가 정점에 달했던 2013년 말 105조7000억원에 비해 12조원이나 줄어든 수치다.
LH가 감축한 금융부채는 지난해 국토교통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예산 20조6000억원의 절반이 넘는다. 이자 비용만 따져도 4000억원 이상 지출이 줄어들 것으로 LH는 예상하고 있다.
이는 전 직원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수입 극대화·지출 최소화·정책사업 완수'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는 선순환 사업 체제를 구축한 덕분이다. 수입은 극대화하고 그 범위 내에서 지출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본사 9개 판매·사업 주관부서장, 22개 지역·사업본부장과 판매경영계약을 체결하고 총력 판매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 결과 지난해 27조2000억원이라는 최대 판매실적을 올렸다. 올해도 7월 말 기준 15조8000억원(잠정)의 실적으로 연간 목표의 84%를 달성했다. 지난해 7월에 비해서도 약 3조2000억원 많은 금액이다.
사업방식도 다각화했다. 행복주택, 주거급여, 뉴스테이(기업형 민간임대) 등 정부 정책 사업을 수행하는 공적 역할을 하면서도 지출을 합리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다. 공공임대리츠, 대행개발 등 새로운 사업방식을 통해 LH는 사업비를 연간 20% 정도 줄이는 대신 민간과 개발 수익을 공유하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LH는 지난해 4조원의 현금흐름 개선 효과를 거뒀다. 올해는 이보다 1조원 많은 5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처럼 빛나는 '숫자' 이면에는 자발적인 혁신이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다. LH 관계자는 "외부 압력에 떠밀려 하는 것이 아니라 LH의 경영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는 이재영 사장의 확고한 경영 철학과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 현장경영이 주효했다"면서 "직원 1인 당 복리후생비를 266만원씩 깎는 자구책도 힘을 보탰다"고 말했다.
한편 LH는 올해 또 다른 도전을 마주하고 있다. 경남 진주혁신도시로 본사를 이전하며 지역발전과 LH 도약을 위한 힘찬 상생의 첫발을 내딛은 것.
LH는 앞으로 도내 우량 개발후보지를 발굴하는 데 박차를 가해 진주·사천 항공산단, 밀양 나노산단 등 지역특화산단 개발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계획이다. 박물관 역사·문화강좌, 의료시설 개방 등 지역주민 맞춤형 사회공헌 활동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이재영 사장은 "앞으로 제 2의 LH를 창립하겠다는 각오로 새로운 마음 새로운 자세로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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