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7일 2만4000명 정규직 채용 담을 일자리 대책 발표
반 롯데 정서 확산 막기 위한 고육지책, 사회적 책임 다하는 모습 통해 정체성 부각
정부와 정치권 전방위 압박과 주가 급락, 불매운동 등 위기감 느낀 듯…분쟁 조기 종식 가능성도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롯데그룹이 7일 청년 일자리 채용 대책을 내놓은 것은 반(反)롯데 기류 확산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경영권과 지배구조 등을 단시일안에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국가적으로 추진하는 청년 고용절벽 해소에 적극 동참함으로써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과 함께 한국기업이라는 정체성을 부각시키려는 다각적인 포석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강조한 청년 실업 문제 해소와 일자리 창출에 호응하는 대응책을 하루만에 내놓은 것은 그룹차원의 위기감이 예상보다 크다는 방증이다.
롯데그룹은 오너일가의 경영권분쟁이 촉발된 직후 그룹 지배구조와 자금흐름에 대한 조사로 이어지면서 그룹 전반에 위기로 확산되는 데다 국적논란으로 국민감정도 크게 악화되며 사면초가에 몰려있다. 경영권 다툼이 수면위로 떠오른 지난달 28일 이후 롯데 계열사 주가는 급락해 2조원 가량이 증발됐다. 소비자단체들을 중심으로 불매운동 확산 조짐까지 보이며 매출에도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 황제경영과 과도하게 얽힌 지배구조, 416개의 순환출자 등을 개선해야 한다며 정부와 정치권까지 개입에 나섰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당정협의를 통해 대기업 총수가 해외 계열사 현황을 투명하게 밝히도록 정보 공개 공시를 의무화를 추진키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일본 롯데 계열사 정보를 조사하기 위해 나섰다. 지배구조 문제에 당정이 현미경을 들이대는 등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점도 조기진화에 나선 이유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갈수록 높아지는 정부와 정치권의 전방위 압박 수위와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몸통격인 L투자회사 10곳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대표로 등재되면서 경영권 분쟁이 조기에 마무리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날 고용정책을 신호탄으로 승리를 확신한 신동빈 회장이 그룹 정상화를 위해 본격 나섰다는 시각도 있다.
신 회장은 지난 6월30일 롯데 지배구조의 핵심인 L투자회사 10곳의 대표이사에 대표에 취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L투자회사는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격인 호텔 롯데 지분 72.65%를 보유한 회사다. 이번 대표이사 등재로 신 회장이 사실상 한국 롯데 경영권을 장악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주총회를 열어 다시 경영권을 되찾더라도 신 회장이 L투자회사를 장악하고 있는 한 한국 롯데그룹 경영권까지 차지하기는 쉽지 않다. 신 회장은 이미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를 장악했고 L투자회사를 통한 일본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급한 불을 끈 신 회장이 최우선 과제로 지목되는 복잡한 지배구조 개선과 반 롯데 정서 차단, 이미지 쇄신 등을 위해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그룹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바뀐 것이 가장 큰 타격 중 하나"라며 "기업 이미지 쇄신 대처 방안을 다각도로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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