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사병 급증, 바지락 폐사, 남해안 적조…도시인, 더위탈출 갖가지 아이디어 속출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유제훈 기자, 원다라 기자] 폭염과 열대야가 전국을 강타하면서 열사병(일사병) 환자 급증, 바지락 폐사, 남해한 적조 등 각종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7일 전국에 폭염특보가 발표된 가운데 더위를 피하려는 시민들의 눈물겨운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일사병과 열사병 등 온열질환은 올여름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된 지난달 26일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8월1일까지 일주일간 312명의 환자가 나왔다. 이 가운데 7명은 무더위로 사망하기도 했다.
일사병은 시원한 그늘에서 수분을 섭취하면 되지만 열사병은 체온이 40도가 넘고 정신을 잃으면서 쓰러지는 병이다.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 위험한 질병으로 즉시 구급차를 불러야 한다. 구급차가 오기 전까지 섭씨 30도 정도의 미지근한 물을 끼얹으면서 선풍기로 식히면 도움이 된다.
'가마솥더위'는 갯벌도 달궈놓았다. 전북 부안군 위도면의 한 양식장에서는 바지락 40t이 폐사했다. 지난 4일부터 이틀간 양식장 5㏊에 바지락 40t이 폐사해 1억1000만원 상당의 피해로 이어졌다.
남해는 '적조 비상등'이 켜졌다. 올해 들어 경남 남해안에 첫 적조주의보가 내려졌다. 국립수산과학원은 5일 오후 8시를 기해 경남 통영과 남해 주변 해역에 적조주의보를 발령했다. 경상남도는 총력 방제체제에 돌입했지만, 찜통더위에 따른 기온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찜통더위는 도시인들의 삶도 바꿔놓고 있다. 시민들은 갖가지 아이디어를 통해 '더위 탈출'에 나서고 있다.
거리에서 사라진 도시인들이 찾는 ‘오아시스’는 카페나 상점이다. 특히 엄마들 사이에서는 영화관·1000원숍·카페가 하나의 피서코스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최영현(35·여)씨는 "집에 있기도 답답하고, 에어컨을 틀자니 전기세가 걱정돼 며칠째 같은 코스(영화관, 카페 등)를 반복하고 있다"며 "요즘 엄마들 사이에서는 이런 코스가 인기"라고 말했다.
폭염은 도시인들의 연애풍속도를 바꿔놓기도 했다. PC방 등 '실속형 피서지'가 인기다. 6일 오후 1시간 당 500원의 요금을 받고 있는 숙대입구역 인근 PC방은 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여자친구와 함께 이 PC방을 찾은 대학생 임모(24)씨는 "시원하면서도 저렴한 곳을 찾다보니 이 PC방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연이은 열대야는 밤 문화도 바꿔 놓았다. 청계천, 한강 둔치 등 수변 공간만이 인기장소는 아니었다. 밤에도 문을 여는 실내공간을 찾는 경우도 늘어났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만난 대학생 성재영(23·여)씨는 "집에서도 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덥다보니 오늘은 작심하고 시원한 곳을 찾아다니기로 했다"며 "여기에서 시간을 보낸 뒤 저녁에는 국립현대미술관(서울관)에 갔다가, 밤에는 심야영화를 볼 계획이다. 내일은 국립중앙박물관에 하루 종일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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