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가 휴가비를 어디서 썼는지 알고 있다
6,000,000건. 한 신용카드사에 하루 평균 저장되는 카드 이용 건수다. 초당 69건의 카드이용 정보가 저장되는 셈이다. 이 정도면 빅데이터가 되기엔 손색이 없는 양이다. 하지만 양만으로 빅데이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양이 충분하더라도 이를 분석해 유의한 정보를 끌어내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크리스티안 루더가 저서 '빅데이터 인간을 해석하다'에서 "요즘 내린 데이터가 만든 바다는 너무 깊어서 마치 바닥이 없는 듯하다. 옛날의 데이터가 그저 가랑비였다면 최근의 데이터는 40일 밤낮으로 쏟아지는 폭우다"고 지적한 것도 그래서다.
카드 결제정보도 마찬가지다. 편의점에서 껌 한 통도 카드로 긁는 세상이니 이 정보가 모두 한 곳에 모여 있다면 데이터가 홍수를 이룰 만하다. 아시아경제신문은 매달 1회 쏟아지는 카드 이용 정보 속에서 그동안 '미처 포착하지 못했던' 사람들의 소비행태를 세대별, 지역별, 시기별 등으로 다양하게 분석할 예정이다. 20대와 30대, 그리고 40대에서 50대 그 이상까지 카드 이용 방식이 다른 것처럼 카드 이용정보의 빅데이터를 통해 우리 삶의 방식이 녹여진 문화인류학적인 측면도 들여다 볼 계획이다. 빅데이터 분석, '나는 네가 휴가비를 어디서 썼는지 알고 있다'부터 시작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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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아이고. 202호 형님. 이 더운 날 베란다에 나와 계시네. 날도 더운데 휴가는 어디로 가십니까?"
"동생. 잘 지냈는가. 안 그래도 휴가 때문에 속 시끄러워. 건우랑 현우 이놈들이 같이 제주도로 휴가 좀 가자고 하니까 절대 안 간다고 고집을 피우잖아. 아들 둘은 '목매달'이라더니 자네처럼 딸을 낳았어야 했는데 딸을!"
"건우랑 현우는 어디가고 싶대요?"
"제주도 한라산, 올레길 얼마나 좋아. 근데 이놈들이 이미 대학 친구들이랑 해운대 갈 준비를 다 해놨다지 뭐야. 그나저나 동생은 어디로 가나? 애 데리고 어디 멀리 가나?"
"저희는 조용히 다녀올 생각이에요. 워터파크는 사람이 너무 많을 것 같고 작년에도 갔다 왔거든요. 채현이 눈 옆에 찢어진 거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해요. 올 여름엔 한옥스테이 한 번 해보려고요."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갈까나. 고기를 잡으러 강으로 갈까나' 대통령도 떠나는 여름휴가. 당신은 어디로 떠나시나요?
아시아경제신문은 신한카드와 함께 여름휴가철 국내 대표 관광지 5곳(부산 해운대, 전주 한옥마을, 용인 에버랜드·캐리비안베이, 강원 설악산, 제주 한라산)의 연령별 남녀별 카드 소비 형태를 비교해봤다. 누가 어디에서 돈을 얼마나 많이 쓸까.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했다고 판단되는 지난달 금요일부터 화요일까지인 7월24일부터 28일까지를 기준으로 관광지 주변 주요 가맹점을 선정해 카드 이용내역을 집계해 조사했다. 이른바 카드 빅데이터다. 카드 이용 추이를 비교하기 위해 지난해 같은 요일이었던 7월 25일부터 29일까지를 전년대비 기준일로 선정했다.
◆20대 청춘은 해운대로, 40·50대 중년은 산으로= 연령대별로 카드 이용 패턴은 확연히 달랐다. 우선 부산 해운대는 20대 청춘남녀들의 열정으로 가득했다. 전체 5곳의 관광지 가운데 해운대는 가장 많은 20대(6306명)가 가장 많이 카드를 쓴 곳(2억1300만원)이었다. 다른 연령대의 카드 증감률이 감소하거나 한 자릿수로 소폭 증가한 것에 반해 20대 남녀 모두 20%가 넘는 증가율을 보였다. 30대와 40대는 서울 근교에서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40대의 경우 용인 에버랜드·캐리비안베이 주변 가맹점에서 1인당 평균 카드 이용액이 7만1700원이었다. 다른 지역 가맹점 평균이 3만원 내외 인 것을 감안할 때 3~4인 가족 단위 카드 이용이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2시간 반 정도 거리인 전주 한옥마을에서도 30, 40대만 남녀 모두 카드이용이 전년대비 늘었다. 50대는 산을 좋아하는 연령층답게 한라산과 설악산에서 카드 이용이 많았다. 한라산 주변 가맹점은 50대가 점유율 30.5%를 기록하며 가장 많은 카드 이용금액을 썼다. 설악산의 경우 40대 남성의 '외사랑'도 눈에 띄었다. 40대 남성은 유일하게 설악산에서 1억원 이상의 금액을 카드로 사용했다.
◆여성은 쇼핑·남성은 요식, 성별 소비도 차별= 20대 남성과 여성 모두 부산 해운대에서 카드를 가장 많이 썼지만 소비 형태는 달랐다. 업종별 카드 이용현황을 보면 20대 남성은 숙박·마트·편의점·요식업종에서 1억1510만원을 써 여성(7760만원)보다 많았고 20대 여성은 쇼핑·레저·문화에 남성보다 380만원 더 많은 1200만원의 돈을 썼다. 남성이 먹고 자는 것에 더 중점을 뒀다면 여성은 해운대에서만 할 수 있는 일에 더 투자한 셈이다.
서울 근교의 놀이동산과 전주 한옥마을은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가 강세였던 전주 한옥마을은 휴가기간 3040세대의 약진이 돋보였다. 20대는 카드 이용이 줄었지만 30대와 40대는 남녀 모두 카드 이용금액 비중이 1%정도 올랐다. 한옥마을에서 30·40대는 숙박이나 마트업종에서 남녀 모두 비슷하게 각각 100여만원과 30여만원(40대 기준)씩을 썼다. 하지만 쇼핑과 문화에서는 여성이 360만원, 요식과 레저에서는 남성이 1200만원을 더 썼다. 또 30대 남성만 예외적으로 문화 이용금액이 123만원으로 여성(82만원)보다 많았는데 가족 단위의 지출이 많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름휴가철이면 가족과 함께 피서를 즐기기 위해 더욱 많은 인파가 몰리는 서울 근교의 워터파크나 놀이공원은 여전히 찾는 사람이 많긴 하지만 예년에 비해서는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용인 에버랜드 주변의 가맹점에서 30대 남성 카드 이용은 23.4%(3600만원) 줄어 1억2100만원을 기록했다. 여성 역시 28.9%(4700만원) 떨어진 1억1700만원을 나타냈다. 40대의 경우 하락폭이 더욱 컸다. 40대 남성의 카드 이용금액은 29.6% 감소한 1억3000만원을, 여성은 31.2% 떨어진 9600만원을 기록했다. 50대와 60대 남녀의 카드 사용도 줄었지만 유일하게 20대 남성만 카드 사용이 늘어났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20대 데이트 코스로도 놀이공원은 각광받고 있다"면서 "어린 자녀를 동반해 서울 근교에서 휴가를 즐기려는 30~40대 연령층이 여전히 많긴 하지만 한옥마을에서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자 하는 가족 단위의 방문객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악산에선 40대 남성도 여성처럼, 한라산은 청춘·중년의 휴가지= 제2의 금강산으로 불리는 설악산은 전 연령층에서 카드 사용이 모두 증가했다. 특히 50대의 카드 이용이 크게 늘었다. 50대의 경우 남녀 모두 전년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50대는 남녀의 카드 사용처 구분이 확실했다. 교통부문에서는 남성의 카드 이용금액이 358만원으로 여성(187만원)보다 2배 많았지만 마트부문은 반대로 여성 12만원, 남성 6만원으로 절반이었다. 특이한 점은 다른 업종과는 달리 40대 남성은 설악산 주변 문화·쇼핑업종에서도 여성보다 카드 이용이 많았다는 것이다.
"아버지, 베란다에 계세요?"
"건우구나. 왜 밖에 나왔니? 옆집 아저씨야."
"아저씨 안녕하세요."
"그래 건우야 안녕~"
"아버지 생각해보니까 한라산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요. 친구들이 제주도 갔다 와서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보니까 어렸을 때 가봤던 제주도랑은 많이 다르더라고요."
국내 최대 관광지 제주도의 명물 한라산 주변은 20대와 50대의 높은 카드 이용 증가율이 눈에 띄었다. 카드 사용이 남녀 모두 증가한 연령층은 20대와 50대였다. 이용금액은 많지 않지만 20대 남성의 경우 지난해보다 카드 이용금액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여성 역시 81.9%(41만원) 증가율을 보였다. 이용금액은 다소 적은 남녀 각각 60만원, 90만원이었지만 높은 증가율을 감안하면 앞으로 점차 금액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50대는 남성을 중심으로 산에 대한 사랑이 휴가철에도 이어졌다. 한라산에서 50대 남성 카드 이용금액은 700만원으로 57.7%(272만원) 늘었고 여성은 200만원으로 16.3%(34만원) 증가했다. 한라산 주변 가맹점 중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요식업종이었다. 요식업종에서 카드 이용금액은 남녀 모두 비슷한 수준에서 대부분 남성의 이용금액이 조금 높았지만 60대 이상 연령층의 경우는 남성이 여성의 7배를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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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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