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다툼에 불거진 논란…한국말 미숙 벌떼 매도에 당혹
작년 영업익 3조원 중 日 유입 1%…국내사업 통해 고용창출 35만명
지배구조, 폭로전에 자초했다는 지적도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롯데그룹이 국적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재계 서열 5위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롯데가 한국 롯데를 지배하는 구조를 갖고 있는데다 오너 일가의 일본어 대화 등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동빈 회장을 해임한다는 내용을 담은 일본어 지시서와 일본이름 서명도 논란의 불을 지폈다.
외국인 투자에 대해 곱지 않은 시각을 가지고 있는 한국인들의 정서를 건드리며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다. 롯데는 한국 산업발전과 고용창출 등에 기여했지만 순식간에 마녀사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답답함으로 토로하고 있다. 더욱이 반 롯데 정서를 차단할 마땅한 대응책도 없어 고심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롯데그룹이 가장 억울해하는 부분은 한국에서 번 돈을 일본에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롯데그룹은 국내 투자를 통해 얻게 된 수익을 해외로 과실송금을 하지 않고 재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 계열사 80개가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3조2000억원으로 이중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일본 롯데 기업들에게 돌아간 배당금은 341억원이다. 나머지 98.9%의 수익은 국내 세금과 투자 등에 쓰여졌다. 즉, 일본에 넘어간 돈은 1%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1967년 롯데제과를 시작으로 한국 땅에서 영업을 한 이후 국내 투자금액이 수십조원에 달한다는 것이 롯데의 주장이다. 실제, 벌어들인 돈의 상당 금액을 국내에 재투자한다. 2013년에 6조5000억원, 2014년은 5조7000억원을 국내에 투자했다. 올해는 사상최대인 7조5000억원의 투자 계획도 연초 내놨다. 2013년에는 8000여 억원, 2014년에는 7000여 억원 이상의 법인세를 냈다.
고용창출에서도 기여가 높다는 것이 롯데의 설명이다. 국내 직접 고용인원은 8월 현재 9만5000명, 용역을 포함하면 13만명이다. 가맹점주와 판매 협력사원 등 롯데의 사업장 내에 간접적으로 고용을 창출하는 효과를 감안하면 국내 사업을 통해서만 총 35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롯데는 창립 이래 정리해고나 구조조정을 시행한 적이 없다.
롯데그룹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기업보국(企業報國)이라는 기치가 국내 투자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한다. 1997년 말, 일본자본이 한국을 다 떠나게 돼 결국 달러부족으로 인해 외환위기를 맞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를 받게 되자 신 총괄회장은 재계인사로서는 처음으로 2000만 달러의 개인재산을 출자하고 5억 달러의 외자를 도입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김승욱 중앙대 교수는 "해외에서 성공한 한국인들은 많지만 한국에 이처럼 많은 투자를 한 사람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한국이 어려울 때 전방으로 뛰면서 노력했는데 순식간에 일본기업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며 "오너가 분쟁이 마무리돼도 이미지 쇄신에는 상당한 공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박경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은 "우리나라 대기업 중 외국인 투자자 지분이 50%가 넘는 곳도 많다"며 "주인이 어느나라 사람이라는 것을 갖고 그 기업 지배구조가 나쁘다고 따지는 건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반면 롯데그룹이 국적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롯데그룹을 지배하는 롯데홀딩스와 광윤사가 일본 기업인데다 한국 롯데의 지주사인 호텔롯데 지분의 99%는 일본 롯데홀딩스와 일본 롯데계열 투자회사가 나눠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신 총괄회장이나 신 전 부회장과 신회장이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지만 일본어로 대화하는 점이나 중요 업무보고나 문서도 일본어로 돼있다는 점이 오너 일가에 의해 폭로된 점도 도화선이 됐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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