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중국이 아시아 국가들과 영유권 갈등을 빚고 있는 남중국해 지역에서 인공섬 조성을 위한 매립작업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국제사회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5일(현지시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남중국해 매립 작업과 관련해 "중국은 이미 작업을 멈췄다"면서 "누가 매립 작업을 하고 있는지 비행기를 타고 직접 한번 봐라"고 말했다.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에서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 작업이 논란의 도마 위에 올라 있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회의장에서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 외교장관들은 중국의 인공섬 건설 프로젝트를 막아야 한다는 한 목소리를 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도 이날 중·미 양자회담에서 남중국해 매립을 중단해 이 지역 긴장 수위를 낮추라고 요구한 상황이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를 두고 중·미 양자회담 직후 중국이 이웃 국가들과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 문제로 갈등 수위가 높아지자 이를 완화하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정부 고위 관료들은 중국의 남중국해 매립 중단 발언이 일시적 중단을 뜻하는 것인지, 영구적 중단을 뜻하는 것인지 불명확하다는 입장이다. 한 관료는 "미국은 작업이 중단됐다는 데 대해 회의적"이라고 설명했다.
카를로스 호세 필리핀 외교부 대변인도 "새로운 인공섬이 이미 만들어졌기 때문에 매립 작업을 중단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6월 외교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일부 인공섬의 매립 작업이 마무리됐다면서 앞으로 관련 기능을 충족하는 시설 건설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AFP통신등 일부 외신들도 중국의 남중국해 매립 작업이 중단된게 아니라 끝난 것이라고 해석했다.
중국이 미국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남중국해 매립 작업을 일시적으로 중단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외교관계 전문가인 중국 런민(人民)대학 시잉홍 교수는 "매립 중단 발언은 시진핑 중국 주석이 다음달 미국 방문을 앞두고 중·미 긴장의 수위를 낮추려는 것"이라면서 "시 주석의 미국 방문 일정이 끝나면 다시 남중국해를 둘러싼 긴장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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