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올 2분기 어닝쇼크를 낸 국내 조선 '빅3'가 최근 1년 사이 해양플랜트 부실로 입은 손실만 8조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 3사는 이번 분기에 손실을 모두 반영했다고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계속 발생하는 점을 감안하면 손실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는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해양플랜트 부실로 총 8조5000억원의 손실을 냈다. 올 2분기 4조7509억원 영업적자에 지난해 현대중공업이 3조2000억원, 삼성중공업이 3600억원 가량의 손실을 낸 데 따른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총 3조612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흑자를 이어가다 지난 1분기 433억원, 2분기 3조381억원의 손실을 기록, 총 3조81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분기 해양플랜트 손실로 7500억원 규모의 충당금을 쌓고 3625억원의 손실을 털었지만 올해 또 다시 1조5481억원의 손실을 입어야만 했다.
1년 반 사이 발생한 손실은 모두 2011~2013년 수주한 해양플랜트에 집중됐다. 조선 3사는 2010년 이후 경기 불황으로 상선 등 선박 발주가 줄자 해양플랜트 수주에 집중했다. 해양 프로젝트가 대형화, 고사양화로 난이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턴키공사(설계·시공 일괄입찰, EPC)로 수주한 것이 화근이었다.
경험이 미숙하다 보니 설계가 자주 변경되는 일이 발생했고 결국 생산일정 지연과 건조비용 상승으로 이어졌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경험 미숙 등으로 인해 설계물량이 늘고 자재 발주가 지연되면서 예상보다 공정이 더디게 진행돼 손실 규모가 커졌다"고 말했다.
조선 3사는 이번 분기에 해양플랜트 손실을 모두 털었다고 말하지만 공기 지연 등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손실은 더 커질 수 있다. 일례로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분기 나이지리아 에지나의 FPSO(부유식 원유생산 및 저장설비) 프로젝트와 호주 익시스 CPF(해양가스처리설비) 프로젝트에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 7500억원 상당의 충당금을 쌓았지만 공정이 예상보다 더 늦어져 결국 올 2분기 1조원이 넘는 손실을 냈다.
대우조선해양이 1조원 가량의 손실을 본 노르웨이 '송가오프쇼어' 시추선 건조 역시 척당 평균 10개월~1년 가량 지연되고 있어 예상 외 변수가 발생할 경우 손실은 더 늘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송가측의 기본 설계 오류로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며 비용 보전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 대우조선해양 등에서 1조원이 넘는 해양플랜트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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