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롯데그룹의 이른바 '형제의 난'을 재벌가의 가족간 경영권분쟁이 재연되는 가운데 창업세대의 동업관계가 정리된 이후 계열분리된 범LG가(家)의 조용한 가족경영이 주목받고 있다.
LG-GS-LS그룹으로 분리된 범LG그룹은 구씨와 허씨 두 오너가의 유교적 전통과 인화(人和) 존중의 가풍을 바탕으로 후손들이 다툼없이 회사를 이끌어가는 성공적인 가족경영 사례로 꼽힌다. LG는 한 집안이 경영해도 분란이 끊이지 않는 대(大) 그룹을 두 집안이 3대에 이르기까지 공동 경영하고 분리하면서도 잡음이 거의 없었다.
1947년 시작된 구씨와 허씨의 동업관계는 3대에 걸쳐 57년간 이어지다가 2004년 7월 LG그룹에서 GS그룹이 분리되면서 마무리됐으나 양 집안은 지금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두 집안의 동업은 해방 직후인 1947년 LG그룹의 모체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 창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 구인회 창업회장의 장인인 고 허만식씨의 6촌이자 만석꾼이었던 고 허만정씨 가 당시 사돈가의 젊은 사업가였던 구인회 회장에게 출자를 제의하면서 자신의 셋째 아들(고 허준구 LG건설 전 명예회장)의 경영수업을 의뢰한 것.
LG화학 창립 직후 구인회 회장은 허 전 명예회장을 영업담당 이사로 기용하면서 구·허씨 가문은 LG그룹의 기초를 다지기 시작했고 뒤이어 허 전 명예회장의 형제들도 경영에 합류하게 됐다. 이렇게 시작된 두 가문의 동업은 고 구인회-고 허만정씨, 구자경(LG명예회장)- 고 허준구씨, 구본무(LG회장)-허창수(GS 회장)씨에 이르기까지 68년간 지속돼왔 다. 두 집안의 인화정신은 ㈜LG의 회사분할 비율인 65대 35까지 이어졌다.
계열분리된 이후 LG그룹과 GS그룹도 구본무·허창수 회장을 중심으로 집안,친족간의 경영권 다툼없이 그룹이 운영돼 왔다. LG그룹은 구자경 명예회장의 4형제는 LG그룹과 희성그룹을 이끌고 있다. 장남인 구본무 회장이 LG그룹을 이끌고 있으며 차남 구본능씨는 희성그룹 회장,3남 구본준씨는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4남 구본식씨는 희성그룹 부회장을 맡고 있다.
LG그룹은 구인회 창업주-구자경 명예회장-구본무 회장-구광모 상무로 이어지는 철저한 장자승계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딸만 둘을 둔 구본무 회장은 지난 2004년 가족회의를 통해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아들인 구광모 현 LG상무를 양자로 입적했다.
구 상무는 뉴욕주 로체스터인스티튜트 공과대학을 졸업한 후 2006년 9월 LG전자 대리로 입사했고 부장 시절에 양자로 들어가 현재는 상무로 재직중이며 지주회사인 ㈜LG 3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런 문화는 GS그룹에서도 보여진다. GS그룹 허창수 회장은 구인회 LG 창업주와 함께 사업을 시작한 허준구 전 LG건설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차남은 허정수 GS네오텍 회장, 3남은 허진수 GS칼텍스 대표이사 부회장, 4남은 허명수 GS건설 부회장, 5남 허태수 GS홈쇼핑 대표이사 부회장 등이다. 허창수 회장의 외아들인 허윤홍씨는 현재 GS건설 상무를 맡고 있으며 장녀 허윤영씨는 여성이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가풍을 지키고 있다.
한편, LG에서 분리된 LS그룹은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동생인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 구평회 E1 명예회장,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 등 3형제가 2003년 LG그룹에서 독립해 만든 그룹이다. LS그룹 회장은 구평회 명예회장의 장남 구자열 회장이 맡고 있으며 구 회장의 첫재 동생인 구자용씨는 LS네트웍스 회장과 E1회장을, 둘째동생 구자균씨는 LS산전 회장을 맡고 있다.
구태회 명예회장의 장남 구자홍씨는 LS그룹 회장을 지냈다가 구자열 현 회장에 바통을 넘겨주었고 현재 LS니꼬동제련 회장을 맡고 있다. 첫째 동생 구자엽씨는 LS전선 회장을 맡고 있으며 셋째동생 구자철씨는 예스코 회장을 맡고 있다.
구두회 명예회장의 장남 구자은 씨는 LS엠트론 사업부문 부회장을 맡고 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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