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정책이 일부 유럽 국가의 집값 거품을 유발할 수 있다고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경고했다.
ECB는 현재 매달 600억유로를 투입해 유로존 국채를 포함한 자산을 매입하고 있다. 비(非)유로존 국가들도 자국 통화 강세를 억누르기 위해 양적완화, 기준금리 인하 등을 통해 ECB에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유럽 전체 금리를 낮게 유지해 이미 오르고 있던 주택 가격의 상승세를 더욱 부추겨 과열을 유발할 수 있다고 무디스는 지적했다.
무디스는 특히 독일, 노르웨이, 영국의 집값 거품을 경고했다. 2010년 이후 노르웨이 집값은 평균 30% 이상 올랐다. 독일은 25%, 영국은 15% 가까이 올랐다. 특히 뮌헨, 런던, 오슬로 등 대도시 주택 가격이 점점 더 과열되고 있다고 무디스는 지적했다.
안나 자브로츠카 무디스 애널리스트는 "채권 시장이 조정을 받고 최근 독일 국채 금리가 올랐지만 금리는 여전히 예외적으로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하며 "이는 높은 투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부동산 투자를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유럽 각국 내에서도 집값 거품을 지적하는 경고가 이미 수년 전부터 나왔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는 2013년 말 자국 주택 가격 거품 가능성을 경고했다. 당시 분데스방크는 평균 주택 가격은 최고 10%, 주요 대도시 주택 가격은 최고 20% 고평가됐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은 다른 유럽 국가들과 달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별다른 주택시장 침체를 겪지 않았다. 되레 금융위기 때 독일 자산의 안전성이 부각되면서 금융위기 후 독일 집값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무디스는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독일 부동산에 대한 수요 증가가 독일 집값 급등의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 주택 건설이 늘고 있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으려면 몇 년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노르웨이는 무디스가 주택가격 거품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지적한 국가다. IMF도 2012년에 가파른 주택 가격 상승을 이유로 노르웨이의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하향조정한 바 있다.
노르웨이 중앙은행도 올해 금리 하락에 따른 주택시장 상승세가 가팔라질수 있음을 경고했다. 노르웨이는 집값 거품과 함께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경기 둔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노르웨이 중앙은행이 집값 과열을 우려하면서도 기준금리를 낮게 유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현재 노르웨이의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인 1.0%다.
영국중앙은행(BOE)은 주택시장 과열이 경제 전반에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지난해 주택담보 대출 조건을 강화했다. 덕분에 올해 들어 주택 가격 상승세가 다소 진정되는 분위기다. 올해 5월까지 주택 가격 상승률은 5.7%로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 10.4%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가격 상승세가 가파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무디스는 여전히 영국의 주택담보 대출 기준이 느슨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2013년 영국 정부가 도입한 주택 구매에 보조금을 지급했던 주택구매지원법 때문에 많은 모기지 대출에서 담보대출비율(LTV) 비율이 여전히 높다고 지적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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