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황찬현 감사원장이 16일 검찰 출신의 이완수 변호사를 신임 감사원 사무총장으로 제청함에 따라 후폭풍이 예상된다. 정치권과 감사원 내외부에서는 이번 인사가 집권 후반기를 준비 중인 청와대가 권력기관 움켜쥐기의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감사원은 이날 김영호 현 감사원 사무총장이 감사위원으로 제청되고 후임 감사원장이 이 변호사를 제청했다고 발표했다.
이 변호사는 이미 임명제청 이전부터 정치권에서 논란이 됐다. 15일 국회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춘석 새정치연합 원내수석부대표는 이 제청자가 "삼성을 변호한 적이 있다"며 "사무총장은 감사원 감사를 좌지우지하며 총괄하는 자리이고 보건복지부 통해 삼성병원을 간접적으로 감사할 수도 있기 때문에 부적절하다"고 문제삼았다. 공직기강을 감찰하고 정부의 회계 전반을 정부와 공기업 전반의 회계를 검사하는 감사원 사무총장이 다년간 변호사 활동을 통해 이해관계를 형성해 온 사람에게 맡길 경우 이해상충 우려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정권의 코드인사일 수 있다는 점이다. 경북 영덕을 고향으로 하고 있는 이 제청자는 이미 인사 이전단계에서부터 황교안 국무총리의 사법고시 동기라는 점과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후배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실제 이 제청자는 두 사람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정권 핵심인사와 가까운 인사가 공직 전반을 감시하는 감사원 사무총장에 임명함으로써 현정부의 집권 후반기를 대비한다는 관점이다. 독립된 헌법 기관으로서 감사원이 집권 후반기 권력 누수를 예방하는 곳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는 정치권과 감사원 안팎에서 광범위하게 제기되고 있다. 자칫 감사원이 '감싸원'이 될 수 있다는 푸념도 나온다.
감사원을 소관 부처로 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서영교 새정치연합 의원은 "이미 야당 등이 청와대에서 감사원 사무총장을 내려 보내려 한다는 정보를 입수해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었는데도 황 감사원장이 청와대의 요구를 거부하지 못하고 제청한 것으로 본다"며 "청와대의 하명을 받아 사무총장을 임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임명이 된 이후 국회와 감사원간의 갈등도 우려된다.
뿐만 아니라 이 제청자의 전문성도 의문 덩어리다. 이 제청자는 16년만에 처음으로 비감사원 출신 사무총장이 된다. 감사원 바깥에서 감사원장이 임명되면, 감사원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사무총장이 보조를 맞춰왔던 그간의 감사원의 운영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한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감사원 외부인사라는 문제점은 이번에 감사위원이 된 김 감사위원 제청자와 비교하면 보다 선명해진다. 이번에 사무총장직 놓게 되는 김 제청자는 감사원에서만 30년간 봉직했다. 최근 논란이 된 해외자원개발 성과감사인 올해 4월에는 감사원 사무총장 자격으로 김 제청자 등이 해외에 직접 방문에 감사에 나갔다. 당시 감사계획을 밝히며 김 제청자는 "이번 감사가 어려운 만큼 감사 및 지휘 경험이 풍부한 사무총장과 사무차장이 감사에 나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제청자가 감사원 살림을 맡게 되면 이같은 경험 많은 인사의 지휘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그동안의 사무총장 이미 감사원에 다년간 근무하면서 현안 파악 등의 시간이 필요 없이 현안 대응이 가능했다. 하지만 서울지방법원장 출신의 감사원장과 검찰 출신의 사무총장이 감사원을 떠맡음에 따라 업무장악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큰 상황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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