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서해선 복선철도 600억원, 전남 보성~임성리 철도 500억원, 서울도시철도 9호선 3단계 271억원, 용인 삼가~대촌 도로 267억원….'
지난 14일 국회 본관 530호 국토교통위원회 회의실. 굳게 닫힌 문 안쪽에서는 예산을 요구하는 메모지들이 빠르게 오갔다. 정부가 편성한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이 국회로 넘어오자 올해도 어김없이 쪽지예산이 등장한 것이다. 이날 국회에서 이렇게 뒤로 밀어 넣은 사업만 17개, 2500여억원에 이른다.
야당 의원들은 당 지도부의 입장과 전혀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까지 쪽지예산을 건넸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앞서 추경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어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추경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분명하게 말했다"면서 이번 추경에선 SOC 예산은 심사 대상조차 아니라고 거듭 밝혔다.
그러나 같은 당 이윤석 의원은 "이번 추경에서 전라남도에서 딱 하나 올렸는데(반영이 안 됐다)"라면서 "SOC에 대해서 이렇게 불평등한 예산을 (정부가) 가져오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남 보성~임성리 철도 예산을 지칭한 것이다. 이 의원은 당의 원내수석부대표를 맡고 있는 원내지도부의 일원이다.
쪽지예산은 이제부터가 더 문제다. 소관 상임위를 떠난 추경안이 마지막 관문인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의 입김이 본격적으로 미치는 예결위에선 더 많은 쪽지들이 오가는 게 그 동안의 관례 아닌 관례였다. 내년 20대 총선을 앞둔 의원들의 절박감이 더해진다면 심사는 더욱 어려워질게 불 보듯 뻔하다.
추경안은 내주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이번 추경 편성 이유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과 가뭄으로 인한 불안 극복, 경제 회복과 서민생활고 해소라고 설명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절체절명의 경제를 살리기 위한 이번 추경이 '총선용 쪽지예산'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자제심을 발휘해야 할 때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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