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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명왕성 오디세이' 그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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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호라이즌스, '뱃사공' 카론에게 뱃삯 주고 '저승의 신' 명왕성을 통과하다

[과학을 읽다]'명왕성 오디세이' 그 뒷이야기 ▲'저승 신' 명왕성(오른쪽)과 '뱃사공' 카론.[사진제공=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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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9년 6개월 동안 여행을 해 보거나 모험을 즐긴 적이 있으신지요. 약 10년 동안 여행하고 모험을 했다면 수많은 이야기가 있을 겁니다. 여기 9년 6개월 동안 우주를 여행한 뉴호라이즌스(Newhorizons) 호가 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의 긴 모험에는 주목할 만한 스토리가 많습니다. 뉴호라이즌스 호는 2006년 1월19일 발사돼 7월14일 '저승의 신' 명왕성에 1만2472㎞까지 접근했습니다. 무척 빠른 시속 5만㎞로 스쳐 지나갔죠.

뉴호라이즌스 호에는 특별한 것이 실려 있습니다. 1930년 명왕성을 처음 발견했던 미국 천문학자 클라이드 톰보의 유해 일부가 포함됐습니다. 뜬금없는 25센트짜리 동전 두 개도 탑재돼 있습니다. 무엇을 상징할까요.


명왕성을 공전하고 있는 가장 큰 위성인 '카론'은 이른바 저승을 지키는 '뱃사공'으로 통합니다. 뱃사공에게 뱃삯을 지불하지 않으면 이곳을 통과할 수 없는 셈이죠. 그리스 신화를 보면 죽은 자가 저승으로 무사히 갈 수 있도록 노잣돈으로 '동전 두 닢'을 놓아둡니다. 저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노잣돈을 주고 무사히 들어갈 수 있도록 기원하는 내용입니다.

브래드 피트가 출연했던 영화 '트로이'를 보면 전쟁에서 사망한 전사의 경우 두 눈에 동전 두 닢을 얹혀 화장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서도 이런 모습이 자주 나오죠. 마찬가지입니다. 뉴호라이즌스 호에 실려 있는 톰보의 유해가 안전하게 저승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25센트짜리 동전 두 개를 준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강환 국립과천과학관 박사의 말을 들어 볼까요.


"올해는 1930년 클라이드 톰보가 명왕성을 발견한지 85년이 되는 해이다. 뉴호라이즌스에는 그의 유해 일부가 실려 있다. 뉴호라이즌스에는 발사 장소인 플로리다 주와 탐사선 개발과 관제 장소인 메릴랜드 주의 지도가 각각 새겨진 25센트짜리 동전 두 개도 함께 실려 있다. 이것은 그리스 신화에 기반해 죽은 톰보가 저승의 신 명왕성(Pluto)을 무사히 만나기 위해서 명왕성의 위성인 뱃사공 카론(Charon)에게 뱃삯을 지불한다는 이야기로 구성한 것이다."


신화는 이야기를 만들고 상징으로 이어지면서 현실에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이뿐 아닙니다. 뉴호라이즌스 호의 '무용담'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07년 2월 뉴호라이즌스 호는 목성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이때 뉴호라이즌스 호는 '실전'을 앞두고 '실습'에 돌입합니다. 명왕성을 지나갈 때 어떤 탐험과 자료를 모아야 할지 목성을 대상으로 연습에 들어간 것이죠. 이 박사의 설명입니다.


"뉴호라이즌스는 2007년 2월 목성으로 접근해 목성의 대기와 위성들, 자기장에 대한 정보를 전송하면서 장비들을 테스트했다. 목성의 중력을 이용해 비행 속도를 초속 21㎞로 높이는 데도 성공했다. 이후 뉴호라이즌스는 거의 모든 부분의 전원을 끄고 7년 반 동안 동면 상태로 비행하면서 일주일마다 지구로 간단한 신호만 보내왔다. 2014년 12월 6일 동면에서 깨어나 명왕성과 만남을 위한 정상 가동 상태에 들어갔다."


뉴호라이즌스 호에는 이 같은 '스토리텔링'이 있습니다. 지난 4일에는 1시간 여 동안 뉴호라이즌스 호와 통신이 단절되는 비상상황도 발생했습니다. 50억㎞ 떨어져 있는 뉴호라이즌스 호에 명령을 전달하는 데만 4시간30분이 걸립니다. 이 때문에 당시 명령 과부하에 따른 통신두절이 나타났던 것이죠. 다행히 1시간여 뒤에 복구됐습니다.


'저승 신' 명왕성을 스쳐 지날 때 '뱃사공'인 카론에게 줄 뱃삯까지 준비했던, 목성을 상대로 실습까지 마쳤던 뉴호라이즌스 호. 이 때문일까요. 무사히 명왕성을 지나 이제 태양계 끝자락인 카이퍼 벨트를 향해 지금 뉴호라이즌스 호는 나아가고 있습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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