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지난 13일(현지시간) 유로존 정상회담에서 마라톤 회담 끝에 그리스에 대한 3차 구제금융이 합의됐다. 그렉시트 우려가 일시에 해소되면서 미국과 유럽증시는 일제히 상승했다.
그러나 국내증시는 웃을수만은 없는 입장이 됐다. 지난 8일 930원대를 돌파했던 원엔환율이 다시 910원대로 급락하면서 잠시나마 완화됐던 엔저 문제가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또한 대외 불확실성 속에 이미 가격논란이 심각한 중소형주로 다시 쏠려있던 자금들은 악재가 풀리면서 갈길이 더 어려워지게 됐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경기방어주 중심의 단기대응에서 벗어나 정상화에 대한 고민을 가져볼 시점이지만 중소형주의 리스크에 대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대형주 대비 과도한 프리미엄을 받고 있는 중소형주의 위험성이 더욱 부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이 타결됐다. 아직 각국 의회 승인등 절차는 남았으나 무산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함께 국내증시를 짓누르던 중국증시도 반등세가 본격화되면서 중국 정부의 정책모멘텀이 먹혀들고 있다.
양대 악재가 해소국면에 접어들면서 그동안 경기방어주 중심의 단기대응에서 벗어나 정상화에 대한 고민을 가져볼 시점이 됐다는 판단이다. 전날 장중 그리스 구제금융 관련 타협안이 도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코스피는 1.49%, 코스닥은 2.56% 상승해 각각 3개월, 1년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특히 최근 국내증시의 조정이 심했던 것은 주로 외국인 매도세와 관련돼있다. 외국인은 최근 5주 연속 주간 순매도를 기록했는데 매도규모는 지난달 8일 이후 누적으로 2조8200억원에 이른다. 특징적인 부분은 주요 신흥국 중 한국과 대만 증시에 대한 매도규모가 컸다는 점이다. 이 기간동안 외국인은 브라질, 베트남 증시는 순매수, 인도와 인도네시아는 지난주 순매수 전환했다.
이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두 나라 사정에 맞춰 중국증시 급락에 따라 매도세가 강하게 전개된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와 대만, 홍콩은 중화권 증시로 구분되며 MSCI 구성 46개국 중 증시 상관계수가 가장 높다.
그리스와 중국, 두 악재가 해소되면서 동반 부진했던 외국인 매수세도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6월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순매도로 전환한 시점부터 최근까지 외국인 매도 규모가 가장 큰 업종은 유통업과 음식료품, 전기전자, 금융, 건설업종 등이었다. 경기방어주에서 탈피해 새로운 전략을 세울때 이들 업종에 대한 관심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김상호 KDB대우증권 연구원= 대외악재가 마무리되면서 지금까지 시장 주도주였던 중소형주에 대한 고민이 더욱 커지게 됐다. 중소형주 랠리는 지난해부터 시작돼 지난 10일까지 대형주 대비 50%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금과 같이 중소형주 랠리가 장기지속된 것은 과거 10년래 이번이 처음이다. 2005년 이후 중소형주 강세구간에서 이번 랠리는 거래일수로도 375거래일로 가장 긴 수치를 기록했다.
이것이 가능했던건 중소형주의 올해 1분기 실적이 좋았기 때문이다. 대형주는 1분기 전년동기대비 8.6%의 영업이익 증가율을 보였지만 중소형주는 31%의 증가율을 보였다. 현재 2분기 이후 시장 예상치도 대형주보다 중소형주 이익증가율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우려되는 점은 기업이익이 전반적으로 부진할 땐 중소형주의 예상치 하회폭이 대형주 하회폭보다 컸다는 점이다. 이번 실적시즌부터 중소형주 이익에 대한 리스크는 더 커질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최근 3개월간 대형주와 중소형주의 2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는 각각 1.7%, 3.7% 하향조정되며 중소형주의 영업이익 하향조정폭이 컸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도 중소형주는 대형주대비 과도한 프리미엄을 받고 있다. 대외악재 상황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는만큼 중소형주의 추가적 밸류에이션 상승을 기대하기보다 리스크에 대비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