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테니스 대회인 윔블던(Wimbledon) 대회가 끝났다. 역시나 이번에도 개최국인 영국 선수는 우승 트로피를 들지 못했다.
1877년 세계 최초로 시작된 윔블던 대회에서 영국 선수들은 1936년 이후 우승을 하지 못했었다. 그로부터 50년 후인 1986년 영국은 은행의 구조조정과 함께 금융시장을 외국자본에 개방하고 규제를 대폭 철폐하는 대대적인 개혁(금융빅뱅)을 단행했다. 이때 영국 런던은 세계 금융중심지로서 위상을 되찾았지만 정작 SG워벅, 베어링 등 영국 금융회사들은 외국의 대형 금융회사들에 흡수합병당함으로써 금융시장은 외국자본의 영향력 아래에 놓이게 됐다.
이렇게 되자 경제학자들은 금융빅뱅의 결과가 잔칫상은 영국이 차려 놓고 우승 상금이라는 과실은 외국선수들이 갖고 가는 윔블던 대회와 같다며 윔블던 효과(Wimbledon Effect)라는 경제용어를 만들어 냈다.
우리나라에서도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자본시장이 개방되면서 외국자본이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나가자 윔블던 효과가 자주 인용됐었다. 지금도 국경을 이웃집처럼 넘나들며 돈을 버는 헤지펀드들이 기승을 부릴라치면 이 용어가 회자되곤 한다.
하지만 요즘에는 이 윔블던 효과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도 늘고 있다. 금융빅뱅 결과 런던 금융시장은 외국계 회사들의 놀이터가 됐지만 그 대가로 런던은 뉴욕과 함께 세계 양대 금융시장으로 설 수 있었다. 영국의 수많은 엘리트들 역시 런던 금융시장 덕에 양질의 일자리를 얻었다. 일자리 창출에 막대한 세금수입까지 생각하면 영국의 금융빅뱅이 손해 본 장사는 아니라는 해석이다.
윔블던 대회도 마찬가지다. 우승은 외국선수들의 독차지지만 대회를 주최하는 올 잉글랜드 클럽(All England Club)은 매년 5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올린다. 윔블던 대회로 인한 현금창출 효과는 무려 8000억원을 넘는다. 남녀 단식 우승상금이 30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버는 셈이다.
비록 어쩔 수 없이 열긴 했지만 우리나라도 자본시장을 개방한 지 18년째다. 적지 않은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서 돈을 벌어갔고, 여전히 '글로벌 스탠더드'란 이름으로 호시탐탐 국내기업들을 노리고 있다. 그렇다고 애써 열고 다져 놓은 시장 문틈을 좁히는 것은 외국선수들의 독주가 배아파 윔블던 대회의 문호를 축소하는 것과 같을 수 있다.
전필수 증권부장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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