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최근 금융 당국이 내놓은 한국거래소 경쟁력 강화 방안은 거래소가 순수 민간회사로 거듭나는 중요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0일 '거래소의 미래가 한국 자본시장의 미래다' 제하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자본시장은 물론 참여자의 발전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현재의 거래소 체계를 깨고 비영리 공공기관 성격을 탈피하는 작업이 꼭 병행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일 유가증권·코스닥·파생상품 시장을 완전 자회사로 분리하고 그 위에 거래소를 지주회사로 두는 것을 골자로 한 거래소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지주사 기업공개(IPO) 추진은 물론 대체거래소(ATS) 설립안도 담겼다.
이 연구원은 "거래소의 모습은 한국 증권업을 대변한다"며 "우리가 증권업종에 대해 오랫동안 '중립' 투자의견을 제시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현해 거래소가 가진 한계와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국내 상장 기업의 주식 매매 수수료에만 치중된 거래소의 수익 구조가 국내 증권사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거래소가 다양한 시장 수요자의 니즈에도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할 뿐더러 서비스의 형태도 아직 공적 기관의 틀을 벗어나지 못 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 연구원은 "거래소는 자산관리 영업에 전혀 도움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제한적 지수 산출과 관리 서비스로 인해 증권사는 다양한 형태의 영업 확대에 제동이 걸려 불만이 고조됐고 이 같은 인식은 자산운용 업계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그는 또 "거래소는 지난해부터 산출 지수의 사용료를 올렸는데 공공 기관에서 벗어났으니 제공 지수에 대해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의 제 값을 받겠다는 것이고 이에 100%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글로벌 스탠다드에 걸맞은 서비스의 제공이 중요할 텐데 그 대목에 있어 시장의 반응은 냉소적"이라고 했다. 지수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지수 관련 정보 서비스의 개선 요구에 대해선 '주가지수운영위원회'라는 규정의 뒤편으로 숨어버리는 식이라는 것. 이 연구원은 "아직 공공 기관 성격과 공무원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같은 점 때문에 거래소가 기초 자산과 상장 기업을 지역별, 규모별로 다변화하고 더 늘리며, 제공하는 지수가 시장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국내 증권사의 수익원 다변화, 자산관리 영업 활성화를 위해서도 긍정적일 수밖에 없다"며 "변화를 재촉하고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ATS 설립은 앞당겨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거래소의 투자자 보호 기능은 증권사의 자율 경쟁으로 대체 가능하다는 게 한국투자증권의 견해다. 이 연구원은 "코스닥의 상장 제도를 개편해 유가증권시장과 차별화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상장을 위한 엄격한 기준에 있어 지금과 같은 이익 요건 중심의 획일적인 정량 평가에서 벗어나 의도적으로라도 유연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증권사 투자은행(IB)에 이 기능과 책임을 일부 이양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이 과정에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기능에 머물고 있다고 평가되는 증권사의 IB 기능이 제자리를 찾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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