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찬성하면 합병 성사 확신"
'국민연금 마음 붙잡기' 삼성의 SOS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삼성 사장단들이 일제히 "국민연금의 합리적 판단을 기대한다"고 밝힌 것처럼, 다음주 17일 열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주총회에서는 국민연금의 판단이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가 합병에 반대 의견을 밝힌 가운데, 국민연금의 찬반 선택 논리는 다른 기관이나 국내 소액 주주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삼성은 한 명의 주주라도 더 설득하기 위해 삼성물산, 제일모직, 삼성증권 등 계열사들을 총 동원해 위임장을 받고 있다.
합병에 반대하는 엘리엇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엘리엇은 8일 오전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된 공식 홈페이지(www.fairdealforsct.com)를 통해 주주들에게 합병안에 대한 공개 서신을 발표했다. 엘리엇은 서신을 통해 삼성물산 주주들을 설득하고, 의결권 행사가 표결 결과에 확실히 반영되도록 하는 방법을 설명하며 총 공세에 나섰다.
◇국민연금 '캐스팅보트'…기업지배구조원 '합병반대' 권고= 김신 삼성물산 사장 등이 8일 '국민연금의 합리적 판단을 기대한다", "국민연금만 찬성 의견을 내 준다면 합병이 성사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잇따라 밝힌 것은 이번 합병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국민연금에 대한 기대를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물산 지분 11.21%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국민연금은 10일을 전후해 의결권 행사의 판단을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의결위)에 넘길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현재로써는 국민연금이 자체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것이며, 합병에 찬성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번 사안처럼 민감한 이슈를 의결위에 넘겼을 경우 향후 책임을 떠넘겼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의결위가 외부 인사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금융투자업계의 일반적인 시각보다 강경한 입장을 취할 수 있다는 점도 국민연금이 직접 결정할 것으로 점쳐지는 이유다.
삼성 역시 국민연금이 긍정적 판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 중이다. 특히 국민연금은 제일모직의 지분도 함께 보유하고 있는 만큼,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에 대해 동의할 것으로 삼성은 기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민연금으로부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에 대한 분석 자문을 의뢰받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합병에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보고서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이 법적으로는 정당한 절차를 밟아 산정됐지만. 상대적으로 삼성물산 주가가 낮고 제일모직 주가가 높은 가운데 결정된 합병 시점이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외국인 투자자 중 합병 찬성한 기관도 있어"= 외국인 투자자들의 입장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예탁결제원이 주총 안건에 대해 외국인 주주들을 대상으로 의결권 대리행사 시스템을 열어두는 시간은 주총(7월 17일) 5영업일 이전인 7월 9일까지다. 외국인 주주들이 지정한 외국계 증권사ㆍ은행 등 국내 대리인에게 의견을 제시하고 대리인들이 외국인 주주들의 의견을 모아서 예탁결제원에 전달하는 데 추가로 최소 2~3일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오는 7~8일이 사실상 의사결정 마감시간이 된다.
삼성물산 측은 ISS가 반대 의견을 냈지만, 무조건 ISS의 의견이 외국인 주주들의 입장과 동일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김신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은 "이미 합병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밝힌 외국인 기관도 있다"며 "제일모직 지분도 함께 보유하고 있는 곳"이라고 전했다.
삼성물산의 외국인 지분율은 주주명부폐쇄일(6월11일) 기준 33.6% 가량으로 추정된다. 엘리엇을 빼면 26%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엘리엇을 제외한 외국인 투자자 가운데 절반 가량이 반대표를 던지면 합병안은 부결될 가능성이 있다.
ISS가 보고서에서 인용한 톰슨원 집계에 따르면 엘리엇 외에 ▲블랙록(2.0%) ▲디멘셔널(1.4%) ▲뱅가드(1.1%) ▲노르웨이중앙은행 투자운용그룹(1.0%) 등이 삼성물산 지분을 1% 이상 들고 있다. 여기엔 빠져 있지만 엘리엇과 공조 가능성이 있는 메이슨도 2.2%의 지분을 갖고 있다.
다만 외국인 주주 가운데는 엘리엇처럼 의결권 행사에 적극적인 주주도 있지만 절반 이상은 상장지수펀드(ETF) 등의 투자비중이 높은 인덱스 펀드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덱스펀드는 의결권 행사에 소극적이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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