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성사 여부가 오리무중에 빠진 가운데, 삼성물산 등 사장단들이 "국민연금의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한다"고 입을 모았다. 삼성 사장단들은 국민연금만 찬성 의견을 내 준다면 합병이 성사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 기업들 중 헤지펀드의 공격을 받을 수 있는 기업들이 많은 만큼 법적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신 삼성물산 사장은 8일 수요사장단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삼성 서초사옥을 방문, 기자들과 만나 "국민연금이 찬성 의견을 낸다면 합병이 된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이어 "국민연금이 좋은 쪽으로 결론을 내 주시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민연금도 결국 장기투자자인 만큼, 합병 후 시너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며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고 성실하게 답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합병에 '반대' 의견을 낸 것에 대해서는 '예견됐던 일'이라면서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은 "ISS 보고서가 합리성·객관성이 많이 결여됐다는 국내 비판에 주목하고 있다"며 "평가업체의 신뢰가 떨어진 만큼 그 서비스를 계속 이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심각한 회의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국내 대기업의 구조, 문화, 역사, 정서 등을 고려하면 십여년 이상 지속적으로 지켜본 국내 전문가들의 전문성과 노하우가 더 깊이있고 무게가 있다"고 말했다.
김봉영 제일모직 건설리조트부문 사장도 "ISS의 결정은 곳곳에 허점이 많이 보이는 상당히 비합리적인 결정"이라며 "국민연금의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김신 사장은 ISS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이미 합병에 찬성한 외국인 기관투자자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합병에 찬성 의사를 밝힌 곳은 제일모직 지분도 가진 곳으로, 합병시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들의 대주주 경영권을 보호할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신 사장은 "국내 기업들 중 PBR 1 이하로 우호지분율이 낮아 헤지펀드의 공격을 받을 수 있는 기업들이 제법 된다"며 "대주주경영권 보호 등을 포함한 법적 장치가 도입되면 좋겠다"고 의견을 말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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