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금융위원회가 부산지역 정치인 등의 반발 무릅쓰고 한국거래소(KRX) 지주회사 전환에 속도 낸 이유는 독점적 지위를 개선해 거래소시장 본연의 역할인 자본조달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2일 금융위는 한국거래소가 독점적 지위를 누리며 경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결과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코스피, 코스닥 등 거래소 내 시장간 상호경쟁도 제한돼 서비스 질이 떨어지고 시장의 발전 또한 정체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거래소의 상장실적은 114개로 뉴욕증권거래소(NYSE) 349개, 나스닥(NASDAQ) 411개에 3분의 1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영국 LSE(333개)를 비롯해 홍콩 HKEx(272개), 일본 JPX(114개)에도 밀리는 수준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외감대상기업 중 600개 기업이 코스피 상장요건에 충족하고, 약 9000개가 코스닥 상장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연간 신규상장은 40건 내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상장실적이 부진한 원인으로 상장기준이 이익요건 위주라는 점을 꼽았다. 나스닥의 경우 다양한 상장기준과 유연한 질적 심사를 통해 고속성장 기업에 유리한 여건을 마련하고 있는 반면 한국거래소는 이익요건을 위주의 상장기준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기술평가상장특례 등 활용도가 떨어지는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미흡하다고 덧붙였다.
코스닥시장에 대해서는 거래소 본연의 기능이 저하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코스닥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 상품은 4개, 장내파생상품은 전무한 상황"이라며 "NHN 등 대표적인 IT기업들이 코스피로 이전하고 있고, 대표적인 게임업체 넥슨이 일본에 상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표 우량기업 상장유치 노력이 미흡하다"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가 공적인프라 성격이 강조돼 경영관리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진단도 내놨다. 사업영역이 국내에 국한되고 수익원도 매매수수료 중심으로 단순한 상황에서 수익성을 제고하려는 노력이 미흡했다는 것.
실제로 한국거래소의 수익성은 해외 주요거래소 대비 현저히 낮은 상황이다. 지난해 한국거래소의 순이익률은 18%로 싱가포르SGX 46%, 홍콩HEKx 52%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자기자본이익률(ROE) 역시 35%인 싱가포르SGX와 24% 홍콩HEKx에 비해 낮은 4%에 불과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해외거래소와 연계를 통해 사업영역 확장이나 인수합병을 통한 사업다각화 등 기업적 관점의 사업활동이 극히 부진하다"며 "해외 직접투자 증가 등 투자의 국경이 허물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거래소가 고립된 지역 시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거래소 시장 자체 경쟁력도 떨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체거래시스템(ATS), 장외시장 등의 발달이 미흡해 외부 인프라간 경쟁이 없는 획일화된 구조라는 주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ATS 내부주문집행 등 거래소와 경쟁할 수 있는 매매 인프라가 발달하지 못해 매매체결 부문에서도 거래소가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며 "경쟁에 따른 시장기능 제고 기회는 물론 투자자 선택권도 제약돼 왔다"고 설명했다.
국내는 지난 2013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ATS 도입근거가 마련됐으나 아직까지 설립으로 이어지지 못한 반면 미국은 85개, 유럽은 153개의 ATS가 존재한다. 캐나다와 일본도 각각 9개, 2개의 ATS가 출범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경우 ATS의 매매체결 점유율이 30%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거래소의 변화를 바탕으로 기업은 더욱 풍부한 자금조달 기회를 갖고 투자자는 다양한 투자기회를 제공받으며 금융투자업계는 더 많은 수익창출 기회가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며 "거래소 개혁을 통해 룰테이커(Rule Taker)에서 자본시장의 발전을 선도하는 새로운 거래소 상을 정립해 가겠다"고 말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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