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뷰앤비전]공급 가격 올리는 지상파, 피해는 시청자에게 전가된다

시계아이콘01분 49초 소요

[뷰앤비전]공급 가격 올리는 지상파, 피해는 시청자에게 전가된다 이재호 동아방송예술대 교수
AD

최근 지상파 방송사가 유료방송 사업자에 대한 콘텐츠 공급 가격을 인상하면서 업계가 시끌시끌하다. 실시간 재송신 공급가격(CPS)은 기존 가입자당 280원에서 400원, 다시보기 서비스(VOD) 제공 가격은 1000원에서 1500원, 모바일을 통한 제공가격은 1900원에서 3900원으로 인상했다. 동일한 하나의 프로그램을 시청하는데 언제, 어떤 단말기로 보느냐에 따라 볼 때마다 이중, 삼중으로 요금을 부과하고 또 그 요금을 인상하고 있다. 관련 민형사 소송도 60여건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물론 콘텐츠에 대한 적절한 대가지급은 필요하다. 하지만 지상파의 과도한 수입 챙기기 행보는 이미 도를 넘어 결국 시청료 인상이나 송출중단(Black outㆍ블랙아웃) 등의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것이 명약관화하다는 지적이다.


지상파의 콘텐츠 장사 행위가 비난받는 이유는 지상파가 가지는 공적 지위 때문이다. 지상파는 국가 자산인 수조 원대 주파수를 무료로 쓰는 대신 그만큼 좋은 프로그램을 제작하여 국민에게 보여줄 책무를 부여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지상파 방송을 유료방송 사업자와는 구분되는 개념으로 무료방송으로 부르기도 한다. 특히 KBS는 자본금 전액을 정부가 출자해 설립된 국가기간방송으로서 공법인 중에서도 특히 강한 공적 기능을 수행해야 할 지위에 있다. 유일하게 준조세(租稅) 성격의 수신료도 징수 하고 있다. 수신료나 주파수 등의 공적 재원을 활용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대신 국민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재정을 충당하라는 의미다. 그러나 최근 지상파는 국민의 돈으로 제작한 프로그램을 지렛대로 활용해 국민을 대상으로 CPS, VOD, 모바일 다시보기 등 콘텐츠 장사를 하고 있는데 이는 공적 책임을 망각한 채 단순히 '이익을 얻기 위해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직접 수신 시청은 무료지만 콘텐츠로 돈을 버는 유료방송사에게는 공짜로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 국민의 90% 이상이 유료방송을 통해 지상파 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지상파 콘텐츠의 공급 가격이 오르면 다음에 일어날 일은 결국 '소매 요금 인상' 또는 '지상파 방송 송출 중단' 단 두 가지이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지상파 사업자들은 실시간 재송신 공급가격을 계속해서 올리면서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블랙아웃을 시키는 등 갈등이 있어왔다. FCC의 톰 휠러(Tom Wheeler) 의장은 "이 같은 재송신료의 급격한 상승세는 지역 방송국들이 서로 연합해 유료방송 사업자와의 재송신 협상에서 압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라고 밝힌바 있다. 또한 2011년 이후 지상파 방송사와 유료방송 사업자 간 지상파 재송신료 갈등으로 방송이 차단되는 블랙아웃 발생 사례가 47회가 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결국 대표적인 유료방송 사업자인 컴캐스트, 차터, AT&T 등은 지상파 재송신료 인상분을 '지상파 수신료(Broadcast TV Fee)'라는 항목으로 분리해 시청자에게 청구하기로 결정했고 지상파가 콘텐츠 공급 가격을 올리는 만큼 일정 부분을 시청자에게 부과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만 늘어나는 지상파 콘텐츠 수급비용을 시청자에게 전가시키지 않는다거나 다시 블랙아웃을 겪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우선 공영 지상파 방송과 상업 지상파 방송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역할과 책임 설정에 차별성을 부여해 정책을 이원화할 필요가 있다. 무릇 공영 방송이라면 국민 누구나 어떠한 매체를 통해서든 안정적으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의무재송신 범위확대 법안이 국회에 2년째 계류되어 있는데 명실공히 공영방송이라면 예외 없이 무료 의무재송신 대상으로 지정하여 누구나 추가비용 없이 시청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상업방송에 대해서는 정부가 나서서 적절한 콘텐츠 거래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재송신료 인상을 막기 위해 지상파 사업자들이 연합하여 유료방송 사업자와의 협상에서 압력을 가하지 못하도록 '연합 재전송 합의(Joint retransmission negotiation) 금지' 법안을 의결한바 있다. 정부가 나서서 합리적인 대가 수준을 설정하여 분쟁 발생 소지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재호 동아방송예술대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