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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조세회피로 매년 2000억$ 정부세수 누락"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07초

유엔 무역개발회의 "기업들 FDI 명목으로 조세회피'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기업의 조세회피 때문에 매년 약 2000억달러의 정부 세수가 덜 걷히고 있다."


유엔 무역개발회의가 24일(현지시간) 외국인직접투자(FDI) 관련 연례 보고서에서 이같은 기업 조세회피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엔 무역개발회의는 기업들이 세율이 낮은 국가에 법인을 세운 후 다른 곳에서 번 이익을 이전하는 방법으로 매년 대규모 과세를 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개발도상국에서 연간 700~1200억달러, 선진국에서 약 1000억달러의 세수가 덜 걷힌다고 추산했다.


무역개발회의는 특히 FDI가 조세회피를 돕는 수단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FDI 자금을 투자 대상 국가에 바로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 과정에서 소위 매개 국가(conduit country)를 거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조세피난처를 활용해 조세회피 행위를 저지른다는 것이다.

무역개발회의는 6조5000억달러 규모의 전체 해외투자액 중 약 3분의 1 정도가 매개 국가(conduit country)를 통해 이뤄진다고 추산했다. 유엔 무역개발회의는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를 매개 국가의 단적인 예로 들었다. 버진 아일랜드는 2012년에 720억달러의 해외투자를 유치했다. 버진 아일랜드보다 3000배나 경제 규모가 큰 영국보다 300억달러 가량 많은 해외투자를 유치한 것이다. 같은해 버진아일랜드 소재 법인의 해외투자 규모는 640억달러였다.


유엔 무역개발회의는 이같은 매개 국가에 투자되는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2001~2005년에는 이같은 투자가 FDI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였는데 2008~2012년에는 27%로 늘었다고 분석했다. 또 선진국에서 매개국가를 통한 투자 비중이 2005~2009년 26%에서 2010~2012년 20%로 감소한 반면 개발도상국에서는 그 비율이 24%에서 26%로 소폭 늘었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아마존닷컴의 조세회피 의혹을 보도했다. 지난해 아마존닷컴의 영국 매출 53억파운드가 룩셈부르크 법인으로 이전됐으며 아마존컴은 영국에 3440만파운드의 순이익을 신고해 고작 1190만파운드의 세금을 냈다는 것이다.


기업들의 이같은 조세회피 행위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후 주요 화두 중 하나로 떠올랐다. 금융위기 후 정부 재정이 악화되면서 세수 확보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주요 20개국(G20)은 올해 말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마련하고 있는 조세회피 근절을 위한 일련의 국제 규정을 승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OECD는 올해 가을께 유엔과 별도로 조세회피 규모를 추산해 공개할 예정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에서 각각 국내총생산(GDP)의 0.6%와 1.75%에 이르는 세금이 덜 걷힌다고 추산한 바 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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