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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버스노조 파업

시계아이콘01분 18초 소요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지난 18일 서울시청사 브리핑룸에 모인 기자들은 끝내 궁금증을 풀지 못했다. 서울시가 시기 부적절ㆍ소통 부족ㆍ제도적 보완책 미비 등으로 반대 여론이 높았던 버스 요금 인상을 왜 굳이 지금 강행하려 하는 지에 대한 의문에 시 관계자들은 '동문서답'으로 일관했다.


겨우 내놓은 게 행정 신뢰 상실ㆍ타 시도 및 기관과의 분쟁 가능성 등이었다. 하지만 충분한 답은 아니었다. 직접 이해당사자로 날마다 교통요금 인상을 피부로 느끼게 될 시민들의 이해를 충분히 구하지 않은 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사태로 온 나라가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가뜩이나 서민 경제가 어렵다고 난리인데, 왜 굳이 지금 요금 인상을 강행해야 하냐는 의문은 여전했다.

게다가 시는 매번 요금 인상 때마다 버스준공영제의 문제점ㆍ버스업체들의 도덕적 해이 등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아 '양치기 소년' 소리를 듣고 있는 와중이었다. 속아 온 시민의 입장에선 이번에는 그러지 않겠다는 확실한 약속이 필요했지만 그것도 없었다. 가장 큰 의문은 '소통 시장'이라고 불리는 박원순 서울시장 휘하의 공무원들이 왜 이런 '불통 행정'을 강행하고 있는 가였다.


4일 후인 22일 드디어 의문이 풀렸다. 서울 버스 운전기사들의 파업 소식이 들린 것이다. 서울 버스 운전기사들로 구성된 전국자동차노조연맹 산하 서울시버스노조가 임금 7.3% 인상을 요구하며 오는 25일 파업에 들어가겠다고 나섰다. 물론 버스 운전기사들도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단체협약을 맺어 임금협상과 파업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를 두고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이라고 하던가. 시민 입장에선 150~450원씩 더 내는 요금이 결국 시가 내세운 안전ㆍ편리한 서비스 제공에 쓰이는 게 아니라 버스 운전 기사의 호주머니로 들어가게 될 것이라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노조의 요구대로 임금을 올려 주게 되면 시가 이번 요금 인상을 하면서 2018년까지 운전직 인건비 483억원을 절약하겠다고 약속한 것도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시는 버스업체 노사간 협상의 내용을 몰랐을 리가 없었음에도 이번 요금 인상 과정에서 단 한 마디도 운전직 인건비 상승을 언급하지도 않았다. 안 그래도 서울 시내 버스 운전기사들의 임금은 타 시도에 비해 20~30% 높아 너도 나도 선망하는 자리가 돼 취업을 위한 불법 로비ㆍ뇌물 제공까지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수십년째 시 공무원들의 묵인 하에 버스 노ㆍ사의 '짜고 치는 고스톱판'이 벌어진 덕분이었다. 버스 운전기사들의 임금을 올려 줄 필요가 있다면 진즉에 털어 놓고 시민들과 상의했어야 한다. 그게 소통 행정이다. 앞으로 박원순 시장의 시정 스타일에 '뒤통수 행정'이라는 별명이 붙지 않길 바란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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