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은 낮아"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환자들이 잇따르면서 보건당국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23일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 확진 판정을 받은 174번 환자(75)와 175번 환자(74) 감염경로가 불분명해 역학조사를 진행중이다. 174번 환자는 지난 4일, 6일, 9일 삼성서울병원에 내원했다가 감염됐다. 175번 환자는 평택굿모닝병원에서 노출된 118번 환자의 가족으로 잠복기 등을 감안할 때 '4차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당국의 감염경로 추적망을 벗어나는 환자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 지난 21일 확진판정을 받은 171번 환자(60)는 지난달 27일~29일 슈퍼전파자인 14번 환자(35)가 머물던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내원하면서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서울병원의 166번 환자(79), 강동경희대병원의 165번 환자(62), 평택 경찰관인 119번 환자(35)도 여전히 감염경로가 미궁 속이다. 166번 환자는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5일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한 가족을 간병했다. 하지만 삼성서울병원 환자들을 감염시켰던 14번 환자로부터 옮은 것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보건당국 분석대로라면 14번 환자와 접촉한 사람들의 최장 잠복기는 12일로 종료됐기 때문이다.
165번 환자의 경우 76번 환자(75ㆍ사망)로부터 옮았을 것이라고 하지만 두 환자의 이동 경로가 아직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165번 환자는 지난 6일 오전 강동경희대병원 지하 1층에 있는 인공신장실을 방문했다. 인공신장실은 76번 환자가 입원해 있었던 응급실과 지하 1층에서 마주보고 있다.
119번 환자는 지난 10일 확진 판정을 받은 뒤 보름 가까이 경로가 확인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보건당국은 평택 박애병원에서 지난달 31일 52번 환자에게서 전파됐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감염원으로 지목된 환자는 도착 전 병원을 떠난 것으로 확인돼 재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지역사회 감염'까지는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성한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일~14일에 달하는 잠복기는 통계 상으로 환자의 95%가 집중된 가능성이 높은 시기일 뿐"이라며 "감염 건수가 적었을 때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현재 172건에 달하는 환자가 발병한 만큼 충분히 나타날 수 있는 예외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사우디에서도 가족 간 감염 사례가 4% 정도라고 보고 된 바 있어 171번째 환자 역시 (가족 간 감염)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며 "중요한 것은 어느 쪽이든 우려되는 '지역사회 감염'과는 관계가 적다는 것"이라고 말했다.